일본 청춘 드라마 같은 무대와 넘버와 스토리의 뮤지컬이다.
긴 다리와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벗꽃, 은행나무, 등나무 등으로 꾸며진 무대가 예뻤다.
스토리가 뻔하긴 해서 다소 지루할 순 있지만
청소년들의 힘찬 합창소리에 에너지가 느껴지는 점은 좋았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이홍기님이 콩쿨대회에서 피아노 치며 노래하는데 무대도 예쁘고 음악도 좋고 이 장면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져서 비용이 아깝진 않았다.
'4월은 너의 거짓말'이라는 제목이 무슨 뜻일까 했는데 마지막 주인공이 죽기 전 편지에서 알려준다.
여주가 어릴적 남주의 피아노 연주에 동경해서 바이올린을 시작했는데 죽을 병에 걸렸고
그래서 마지막 용기를 내서 남주의 친구를 좋아한다고 거짓말해서 남주의 여사친에게 소개받으면서 남주도 만나게 된 것인데 이때가 4월이었다.
제목을 생각하니 더 두 사람의 사랑이 예쁘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4dx에서 보라는 입소문에 봤다.
2dx로 보면 좀 심심할 것 같고
4d로 보니까 같이 납치된 비행기를 타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실감나고 재밌었다.
맞는 씬에서는 안마 의자가 두들겨 주어서 시원했고 ㅋㅋ
스토리는 좀 슬펐다.
1971년 이북으로 가려는 범인에 의해 여객기가 하이재킹된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쿠키영상을 보니
납치범이 사살된 것과
비행기가 해변에 착륙한 것,
조종사가 폭탄을 몸으로 막아 승객 전원을 살리고 죽은 것이
실제 사건과 같았다.
영화에서 부조종사인 하정우가 터지려는 폭탄을 금속파편을 이용해 몸으로 막은 후 폭탄이 터지자
그때 하정우의 표정과 눈동자 연기가 압권이었다.
귀가 먹먹해지면서 정신이 어리둥절함을 잘 표현해서 실제로 폭탄에 의한 충격을 온 몸으로 받아낸 사람 같았다. 우와~
1960~70년대 전쟁 후 남북갈등이 극도로 심할 때
남한에서는 빨갱이를 잡는다고 무고한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북한에서는 비행기를 탈취해 월북하는 사람을 영웅 대접하는
시대적 갈등과 아픔을 4dx로 경험하면서 그 시대 우리 조상들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었다.

 

 
최초의 SF 소설이라고 평가받는 메리 셸리 작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원작으로 하는 창작 뮤지컬이다. 
어릴 적 흑사병으로 어머니를 잃은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그 트라우마로 죽은 생명을 되살리는 일에 집착한다. 사촌 줄리아의 강아지를 전기 충격으로 살려내고 의학을 연마해 시체들로 연구를 진행한다. 19세기 나폴레옹 전쟁 중 프랑켄슈타인을 만난 동료 군인 앙리 뒤프레는 ‘전쟁은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살려야 하는 것’이라는 프랑켄슈타인의 신념에 감화된다. 그는 신체접합술의 귀재였던 앙리 뒤프레와 전쟁에서 죽지 않는 군인을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죽은 병사들로 생명을 창조하려 한다.
죽은 사람의 뇌를 구하려다 살인 사건의 가해자가 된 프랑켄슈타인을 구하려 앙리 뒤프레는 죄를 뒤집어쓰고 죽게 된다. 동료를 잃은 프랑켄슈타인은 그의 머리를 이용해 마지막 실험에 나서고 결국 총을 맞아도 죽지 않는 괴물이 탄생한다.
그리고 3년 후, 빅터 앞에 그 피조물이 나타난다. “교만한 창조주여, 그동안 내가 겪은 세상을, 불행을 그대로 돌려주리라.”
 
묵직한 넘버 좋았고,
무대세트도 좋았고,
배우들의 절절한 노래와 훌륭한 연기 덕분에 프랑켄슈타인 박사와 괴물의 슬픔에 몰입하여 공감할 수 있었다. 
괴물을 죽이려는 프랑켄슈타인을 피해 도망간 괴물을 잡아다가 격투를 시켜 돈벌이로 사용하면서 괴물을 학대해온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 그리고 생명 존중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괴물은 자신이 창조된 후 겪은 비극을 통해 인간을 혐오하게 되고 복수심을 품게 된다. 
이를 잘 드러내는 대사인
[너도 커서 어른이 되면 인간 행세를 하겠지. 그러지마.] 하면서 이야기 나누던 아이를 호수로 밀어버리는 장면에서 그가 받은 상처의 크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장면

 
인간보다 더 인간성을 보였던 괴물이 격투장의 여자 노예 까뜨린느와 나눈 대화에서 인간의 추악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이 아니라서 무섭지 않아요. 나는요, 인간이 제일 무서워요. 소원이 있다면 인간이 없는 곳에 가서 사는 거예요. 북극같은.
그 곳에는 사람이 없어. 그 곳에는 슬픔이 없어. 누구도 상처 주지 않아. 그 곳에는 자유가 있어.]
 

 

 
20여 년 전, 폴 목사는 작은 상가를 임대해서 자신의 교회를 개척했다. 그 작은 교회는 불과 몇 년 만에 수천 명의 성도를 거느린 대형 교회로 성장했고 그 많은 성도를 수용하기 위해 은행 대출을 받아 거대한 성전도 건축했다. 그때 진 빚을 10년 만에 다 갚은 직후 어느 날 폴 목사는 교회 공동체의 믿음을 근본부터 뒤흔들 수 있는 설교를 하고, 담임 목사의 설교는 교회 구성원들을 혼란과 갈등 속에 빠뜨린다.
 
담임 목사 폴은 성경 구절을 인용하고 해석하면서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믿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그리스도로 인해 구원을 받는다는 설교를 한다. 그리하여 모든 사람이 죽으면 천국으로 가며 악마도 지옥도 그 존재가 없으며 지옥을 가리키는 원어는 쓰레기 소각장을 의미하는 비유적 표현이라고 말한다. 
이 발언으로 인해 부목사가 기독교 신앙과 반대된다며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지옥의 존재가 있다고 설파하고 이에 동조하는 성도들은 담임목사를 떠나간다. 
교회 장로들의 설득에 이어 아내인 사모도 지옥을 믿는다며 목사의 발언으로 인해 딸이 학교 친구들로부터 어려움을 겪게 되었고 자신도 딸과 함께 교회를 떠나겠다고 말한다. 
 
담임목사가 예를 든 것처럼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화재난 집에 뛰어 들어 온몸에 화상을 입고 죽은 소년. 이 소년은 예수님을 알지 못하고 죽었는데 하나님은 믿음이 없다는 이유로 이 선한 소년을 지옥으로 보낼 것인가. 
한 신도가 예를 든 것처럼 히틀러처럼 사람들을 학살한 악인은 지옥이라는 벌 없이 천국으로 가는 것이 옳은가. 
이러한 논쟁은 예로부터 의견이 분분해왔으며 담임목사가 사모를 붙잡으면서 했던 말처럼 그리고 성경책에 기록된 대로
"지금은 알지 못하지만 나중에는 (사후에) 이해하게 될 것들" 이므로 알 필요가 없다고 기독교에서도 의견을 모은다. 
작품을 보면서 서로가 다른 것을 믿는다는 것이 사람들 사이의 친밀한 관계를 끊게 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형제자매처럼 십수년을 함께 서로 돕고 의지하며 지냈던 성도들이 떠나가고
여전히 사랑한다는 아내마저도 떠나갔다. 
무엇이 진실인지 증명할 수 없는 믿음이 (사랑의) 관계를 깨뜨릴 정도로 중요한 것일까? 생각하게 했다. 
 
 
 
 

 

 

대한제국의 주권이 일본에 완전히 빼앗길 위기에 놓인 1909년, 갓 서른 살의 조선 청년 안중근은 러시아 연주의 자작나무 숲에서 동지들과 단지 동맹으로써 독립운동의 결의를 다진다. 
이토의 하얼빈행을 들은 안중근은 그를 암살하는 것만이 조선독립의 길임을 다짐하고 동지들과 거사를 준비한다. 어렵게 구한 브라우닝 권총에 7발의 총알을 장전하고 하얼빈으로 향하는 안중근.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 7발의 총성이 울려 퍼진다. 

안중근의 의거는 처음으로 독립을 위해 일본 고관대작을 처단했기에 이후 의열단을 비롯한 독립 운동 단체들이 일본 고관대작 암살과 조선총독부 등의 기관 폭파 등을 통한 독립을 이루고자 한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토리는 다소 흥미롭진 않았지만

무대장치가 인상깊었다. 특히 쇠파이프를 타고 건물들  사이를 이동하는 장면과 하얼빈으로 향하는 열차 씬이 멋있었고, 

전체적으로 무대 장치가 암전과 함께 빠르게 전환되어 놀라웠다.

넘버가 유명한 만큼 애국심을 고취하는 가사와 묵직하고 웅장한 곡이 감동을 주었다. 안중근 역을 맡은 배우의 넘버가 특히 어렵고 극에서 감정을 끌고 가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어서 배우의 역량이 작품의 성패에 핵심적일 것 같았다. 

 

작품에서 핵심되는 대사와 넘버는

[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오른손으로 이토를 쏘았지만 
내 아들들의 손은 기도하는 손으로 모아지길 바라오.]

 

[서로서로 인정하며 평화롭게 사는 것
서로 자리를 지키며 조화롭게 사는 것
그게 바로 동양 평화 모두가 더불어 사는 지혜]

 

 

 

 

 

무대는 금주법이 시행되던 1920년대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한다. 모린 댈러스 왓킨스(Maurine Dallas Watkins)가 각종 범죄 사례를 취재해 1926년 선보인 동명의 연극이 원작이며 부패한 사법 제도와 범죄자가 유명세를 떨치는 현실을 풍자하는 이야기다.
주인공 록시 하트는 언젠가 스타가 되어 보드빌 무대에 서겠다는 꿈을 가진 삼류 코러스 걸로, 불륜 상대에게 배신당하자 그를 총으로 쏘아 살해한다. 쿡 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된 록시는 법정 공방을 펼치고 그 이슈를 이용해 보드빌 무대에 진출하고자 한다. 보드빌 무대의 인기스타였으나 살인범이 되어 교도소에 수감된 벨마 켈리, 뇌물을 노리는 부패한 교도관 마마 모튼, 황금만능주의 변호사 빌리 플린, 플린과 짝을 이루는 기자 메리 선샤인이 ‘쇼의 도시’ 시카고에서 각자의 이익을 좇아가는 것이 <시카고>의 주된 줄거리다.

뮤지컬의 형식이 독특하여 다른 작품과 차별화된다. '보드빌'은 19세기 말부터 1930년대까지 미국에서 유행했던 버라이어티 공연 형식이다. 쉽게 말해 배우와 가수, 마술사 등이 출연해 제각각 춤과 노래, 연극, 마술 및 동물 쇼 등을 펼쳐 보이는 것이다. 그 만큼 무대가 역동적이고 화려하다. 한 편의 보드빌 쇼처럼 꾸민 <시카고>는 제각각의 다양한 쇼들이 하나의 이야기 흐름을 유지하고 있을 뿐, 매 장면을 별개의 쇼로 보아도 무방하다.  

 

완전히 새로운 형식의 뮤지컬이다. 보드빌이라는 쇼가 전체 컨셉으로 등장하고 재즈풍의 음악이 1920년대 미국스러운 분위기를 느껴지게 한다. 범죄자를 대중으로부터 동정을 받도록 살인사건을 정당방위로 꾸미고 불우한 범죄자의 처지를 스토리텔링하여 유명스타를 만들며 재판 과정이 한편의 쇼와 같음을 보여주는 블랙 코메디이다. 

록시가 마지막 재판에서 신은 신발이 은색으로 반짝이는 큐빅이 박혔는데, 보는 순간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신발이 매력적이니 그것을 신은 록시도 매력적으로 보이는 마법을 경험하며, 보여지는 것이 대중에게 호감을 가지게 할 수 있구나 싶었다. 

극을 대표하는 대사는 옛 시절의 품위를 그리워한 넘버 중 일부이다. 

[어디로 갔나 
정직한 거래와 윤리 도덕 또 멋진 매너 
요즘은 하나같이 졸라 지랄맞아~
품위는 어디갔나~ 품위!

어디로 갔나
감사해요 천만의 말씀 아름다운 능력
이제는 개새끼들 다들 양아치야~
품위는 어디갔나~ 품위!

나 문 열어 줄 신사들은 씨가 말랐나
몸파는 창녀들과 돼지새끼뿐
어린것들 마저도 개념이 없어~
이젠 없어 품위~

어디로 갔나
전통과 지조 예의와 범절 또 가정교육
강도짓과 강간뿐이야~ 이젠~
엠병할 저질이 판을 치네
이젠 없어~ 품위~

그립다 품위~]

 

 

내전을 피해 고향을 떠난 경험을 바탕으로 쓴 레바논 출신 캐나다 작가 와즈디 무아와드의 '전쟁 4부작' 중 첫 작품이다.

윌프리드는 아버지 시신을 매장하고자 아버지의 고향으로 가지만

전쟁 중이라 시신이 많아 아버지를 묻을 땅은 없고
여정 중 아버지를 잃은 아이들을 만나면서 전쟁의 참혹함을 마주한다. 
아이들은 다같이 윌프리드 아버지의 시신을 자신의 아버지라고 생각하면서 바다에 수장한다. 
연극을 보면서 극장에 비치된 The Anchor 라는 향수 시향지의 향을 맡으면서 봤는데
바다 해초 같이 짜진 않지만 해초가 생각나는 고급진 향이 전해져 연안지대를 떠올리는데 도움이 되었다. 
마지막 씬에서 아버지의 시신을 바다로 가라앉히면서 그 나라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전화번호부의 무게로 수장시키는데

이것은 아이들이 윌프리드의 아버지와 함께 전쟁으로 숨진 아이들의 부모님 그리고 그 땅의 수많은 희생자들을 장례하는 의식을 치루고자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하얀 김이 무대에 피어오르다가 객석까지 덮는데 관객인 나도 바다 속으로 수장되는 느낌이 들었다. 

이러한 숭고한 장례의식을 통해 전쟁으로 죽은 사람들의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생각하며 죽음을 애도하는데 참여하게 된다.  

향 브랜드 빌리지나인 프래그런스
가 담아낸
샤프한 주니퍼베리와 솔티한 해초,
섬세한 아이리스와 베티버의 향으로
아이들을 이끄는 거대한 바다의 향.


좋은 작품이었다.
초중반에 잔잔하고 지루하긴 하지만
탕웨이가 딸 찾으러 공항가는 씬부터 흥미진진해진다.
남겨진 자들의 슬픔과
원더랜드를 통해 떠난 자들과 연락하면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에 공감할 수 있었다.

원더랜드가 설명이 자세히 나오진 않지만 AI로 죽은자의 기억을 가지고 영상통화하게 해주는 시스탬인 것 같다.
수지는 혼수상태에 빠진 박보검을 우주비행사로 만들어서 연락한다. 그러다 박보검이 깨어났는데
몇년간 연락해온 우주비행사 보검이랑 똑같지는 않다. 그래서 혼란스럽고 실망하기도 하고 우주비행사 보검이가 그립기도 하다.
탕웨이는 죽은 후 고고학자로 지내는데 딸은 엄마가 죽은 줄은 모른다.
그래서 공항에서 할머니랑 고향 가는 차에 엄마 만나러 가겠다고 도망가면서 고고학자 탕웨이가 각성한다.
원래 AI는 돌발행동을 안 하는데 딸 찾겠다고 중동사막에서 차 몰고 공항가려니까 시스템이 오류가 나게 된다.
그런데 공항에 가고 거기서 인간 박보검 모르는 사이인데 전화연결이 돼서 딸을 찾는다.
정유미가 시스템 관라자인데 탕웨이 데이터 삭제 안 하고 네트워크 열어준 덕이다.
이렇게 인식이 전환되는 상상력 좋아♡

수지는 서비스 종료하고 보검이랑 잘 지내게 되었고
탕웨이는 딸한테 공항에서 영상통화로 엄마 죽었다고 말해준다. 그래도 딸이 자기 전에 책 세권 읽어달라고 한다.
그외 다른 인물들의 에피소드들도 있고 까메오도 많다.
공유는 등장인물이라고 할 정도로 비중이 크고
마지막씬에 김성령님도 등장한다.
볼거리가 많은 sf는 아니지만 공감할 감정이 풍성했다.

웃긴데 기괴하다.
상징이 많은데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무대 예쁘고
재즈풍의 넘버 좋고
목각인형이 잘 어울리는 색감 좋고
별처럼 빛나는 조명 아름답고
벤자민 버튼의 한결같은 사랑이 포근해♡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의 원작으로도 유명한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 소설을 원안으로 새롭게 탄생한 창작 뮤지컬이다. 작품은 재즈 시대를 배경으로 나이가 들수록 점점 어려지는 벤자민 버튼의 일생을 통해 삶의 기쁨과 사랑, 상실의 슬픔, 시간과 세월을 초월해 존재하는 보편적인 인간의 인생을 조망한다.
극 속 ‘스윗 스팟(Sweet Spot)은 자신의 가장 화려하고 빛나는 순간을 말한다. 
 
[니가 옆에 있어도 늘 널 기다릴거야.
사랑하고 사랑받는 그 순간이 인생의 유일한 기쁨이지. 
인생의 찬란한 시간 다시 오지 않을 순간
둘만의 시간 스윗 스팟.]

 

고등학교 수학 선생 엘레나의 생일, 늦은 저녁.
한 무리의 학생들이 엘레나의 집을 방문한다.
네 명의 학생들은 와인과 선물, 그리고 꽃다발을 들고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에게 생일 축하 인사를  건낸다.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학생들은 엘레나에게 조심스러운 부탁을 한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시험 성적을 고쳐야한다는 이유로 답안지가 있는 학교 금고의 열쇠를 달라고 요구하는 아이들.

연극과 뮤지컬을 통틀어 최악의 악역을 하나 꼽아보라고 하면 발로쟈가 항상 1순위에 들 정도로 악명높다. 오죽하면 별명이 시발로쟈일 정도.
ㅋㅋ 정직을 고수하는 엘레나 선생님이 분명히 옳지만 난 왜 이런 류의 극을 볼 때마다 이상주의자라고 비웃으며 현실은 모두에게 좋은 것을 선택하라는 학생들의 말이 그럴듯하게 들리는 지...

이 구절을 마음에 새기며 흔들리지 말아야 겠다.
[전 세계가 거대한 악의 세계라고 해도 단 한 사람이라도 거기 맞서서 아니라고 말한다면, 악은 사라지고 선과 정의가 승리할 거예요.

우리들의 인간다운 모습과 용감하고 정직한 인생을 위해!]



 

넘버는 가스펠 같아서 듣기 좋고 은혜롭다.
스토리는 가벼운 코믹. 그리 재밌지는 않다.

 

연극 '올모스트 메인'은 오로라가 보이는 미국 가장 북쪽 가상의 마을에서 한겨울 금요일 밤 9시, 아홉 커플에게 동시에 일어나는 사랑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광수 생각 같은 느낌의
사랑에 대한 은유적, 상징적 표현이 돋보인다.
재미, 작품성 보통

 

 
‘장미 없는 장미 향수’. 프래그랜티카엔 미들노트에 포함이 되어있긴 하지만 공홈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즈향이 날 수 있는건 제라늄이 장미과 꽃이기 때문에 블랙커런트와 합쳐지면서 장미가 연상되는 것이다.
공기처럼 가벼운 장미 향으로 시작해 신비로운 가죽의 여운이 남는 향이다. 가죽과 장미의 냉철하고 매끄러운 이미지를 단순하지만 감각적으로 전달한다. 로즈 & 뀌흐는 원료의 종류 가지 수를 극도로 줄인 미니멀리즘으로 인해 한층 더 강조된 새로운 톤을 띈다. 로즈 & 뀌흐의 독특한 특징 중 하나는 제라늄으로 구현한 장미 향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상쾌함을 담당하는 티뭇 페퍼를 더하고 이소부틸 퀴놀린으로 매혹적인 가죽 향을 불어넣었다. 뀌흐는 가죽을 뜻한다고 한다.
 
[개인적 후기]
탑: 장미 느낌의 상쾌한 향이 난다.
미들: 가죽향이 섞인다.
베이스:  오랫동안 프레쉬한 향이 나서 잘 안 느껴진다. 이제 우드향이 많이 섞여서 난다.
흔히 알고 있는 장미향은 아니고 장미의 느낌이 나는 상쾌한 향이라고 생각했다. 
꽤 좋다. 시트러스 계열은 아닌데 과하지 않은 레몬향이 느껴진다. 페퍼와 가죽이 섞여서 그런 향이 날까.
그니까 장미, 레몬, 우드가 섞인 느낌.
ㅋㅋ 새로운 향수 시향할 때마다 최애가 바뀐다. 오늘은 이 향수가 최애. 
 

 

일본 최고의 극작가 미타니 코키의 대표작으로 1996년 초연된 이래 요미우리 연극대상 최우수 작품상 등 다양한 상을 수상했다. 1940년, 전시 상황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희극을 없애려는 냉정한 검열관과 웃음에 사활을 건 극단 '웃음의 대학' 전속 작가가 벌이는 7일간의 해프닝을 담은 작품이다.
희극이 유머 감각 없다는 검열관의 검열과 의견으로 인해 점점 더 웃긴 작품이 되어 가는 과정이 폭소를 불러 일으켰다.
9년만에 돌아온 연극이라던데
이래서 바빠도 시간을 내서 관람하는 거라고^^

 

 
‘더 라스트 리턴’은 아일랜드 극작가 소냐 켈리의 작품으로 2022년 스코츠맨 프린지 어워드를 받았다. 
천둥이 치고 폭우가 쏟아지는 날 밤, 세간에 화제가 된 연극 '힌덴부르크로 돌아가다'의 마지막 공연을 앞둔 극장. 공연이 일찌감치 매진돼 버린 탓에 티켓을 못 구한 이들이 혹시라도 예매 취소 티켓이 생기면 바로 손에 넣으려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린다.
극은 예매 취소 티켓이 나오길 기다리는 사람들의 대화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들의 '티키타카'는 가볍고 재치가 넘쳐 시종 웃음을 자아낸다. 불친절한 데다 자기 업무가 아닌 일은 절대 안 하려고 하는 매표소 직원이 가끔 대화에 엮이면서 웃음을 더한다.
이들은 각자 '힌덴부르크로 돌아가다'를 꼭 봐야 하는 사정을 설파하는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늘어놓지만 (ㅋㅋ)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비합리적인 말이라도 떳떳이 주장하는 현대인들(정치인들 같이)도 다를 바가 없다 싶었다. 극장에 도착한 인물들은 먼저 와서 줄을 선 순서대로 취소 표를 구매한다는 규칙에 합의하지만 공연이 임박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사람들은 본색을 드러낸다. 줄을 서서 얻을 수 있는 공정과 상식은 줄 밖의 욕구를 통해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특히 난투극 후반에 소말리아에서 온 난민이라는 히잡을 쓴 여성이 입을 여는 순간 현대사회의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가려진 폭력적인 야만성이 여과없이 드러난다. 아래는 이 여성의 대사.
[내 양을 되찾기 위해 온거죠. 줄을 지켜서는 얻을 수 없어. 밀치고 발로 차고 속이고 훔치고]
 
이들이 기다리고 있던 연극은 가상의 연극인 오펜하이머의 ‘힌덴부르크로 돌아가다’이다. 공연의 제목은 이 모든 난장판의 비극성에도 불구하고 희망적인 역설적 결말을 예고한다. 오펜하이머는 제2차 세계대전 중 핵폭탄을 개발한 물리학자를, 힌덴부르크는 히틀러의 나치가 집권하기 전 독일(바이마르 공화국)의 지도자였던 힌덴부르크 대통령을 의미한다. ‘힌덴부르크로 돌아가다’는 인류가 세계대전이나 인종 청소 같은 퇴보 없이 문명을 끝없이 발전시킬 거라 낙관했던 시절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을 의미하는 듯 하다.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배경으로 보이는 피가 난무하는 끔찍한 풍경이 그 아이러니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경종을 울린다.
 
[ 환희의 송가 - 베토벤
 
오, 벗들이여! 이 선율이 아니오!
좀더 기쁨에 찬 노래를 부르지 않겠는가!

환희여, 아름다운 신의 광채여, 낙원의 딸들이여
우리 모두 정열에 취해 빛이 가득한 성소로 들어가자!

가혹한 현실이 갈라놓았던 자들을 신비로운 그대의 힘으로 다시 결합시키는도다.
그리고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되노라. 그대의 부드러운 날개가 머무르는 곳에

위대한 하늘의 선물을 받은 자여,진실된 우정을 얻은 자여
여인의 따뜻한 사랑을 얻은 자여, 다 함께 모여 환희의 노래를 부르자!]

 

 
연극 <컬렉티드 스토리즈>는  2000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도널드 마굴리스(Donald Margulies) 작품을 무대로 옮긴 연극으로 2명의 여배우가 이끌어가는 2인극이다. 

‘루스’는 까탈스러운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가르치는 일을 즐기는 50대 유명 단편소설 작가이자 대학교수다. 평소 루스를 열렬히 동경해왔던 대학원생 ‘리사’는 루스에게 개인 지도를 받기 위해 그녀의 집을 방문한다. 두 사람은 상호 간에 호감을 갖게 되고 리사는 루스의 조교가 되기로 한다. 리사는 루스의 지도를 통해 점점 작가로 성장하고 그들은 사제지간을 넘어 친구, 그리고 점차 서로의 동료가 되어간다. 그 과정에서 열띤 토론도 오가고, 서로의 상처도 드러난다. 그 모든 것들도 하나의 ‘이야기’다. 연극의 제목처럼 수집되고 해석되는 이야기.
시간이 흐르고 리사는 첫 장편소설 출판 기념회를 하게 되지만 루스는 그 자리에 나타나지 않는다. 그날 밤 리사가 루스의 집을 찾고, 이 둘의 관계는 전혀 다른 국면으로 치닫기 시작한다. 
 
루스와 리사의 관계에 갈등이 생기는 첫 번째 시점은 리사의 첫 단편소설이 출간되면서이다. 루스 자신은 커리어의 정점에서 내려올 일만 남았고, 제자인 리사는 이제 막 빛이 나기 시작한 신진 작가라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루스는 리사에게 질투일 수 있는 예민한 반응을 설핏 보인다.
두 번째로 크게 싸우는 시점은 리사가 첫 장편소설을 발표하면서이다. 리사는 스승인 루스의 첫사랑이자 영원한 사랑이었던 러브스토리를 자신의 첫 장편소설 소재로 사용한다. 루스가 말해준 이야기지만 리사는 허락을 받지 않고 소설로 발표해버린다. 집에 찾아온 리사에게 루스는 이야기를 훔쳐간 도둑이라고 말한다. 리사는 자신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소재가 될 수 있는 것이라면 겁먹지 말고 글로 써 내려가야 한다는 스승의 가르침을  충실하게 따른 것이라고 대응한다. 리사는 작가로 성공하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고 있었고 이것이 흥미로운 이야기 소재를 허락없이 자신의 소설에 담은 선을 넘는 행동을 저질렀음에도 자신이 스승이었다면 제자를 자랑스러워했을 거라는 둥의 자기합리화를 한다. 
무대에 야수파인 마티스의 그림이 걸려 있는데 대사에서도 언급한다. 인간의 원시적인 본성을 그림으로 표현한 야수파의 그림처럼 이 연극은 질투, 욕망과 같은 인간의 본성을 두 여자의 대화와 관계 변화를 통해 드러낸다. 
 
극 중 대사이다. 
[네 앞에 펼쳐질 네 인생에 대한 질투야. 
난 멀찌감치 물러앉아서 내가 오래 전에 췄던 춤을 네가 추는 걸 보면서 자꾸 내 남은 시간을 생각하게 돼.] 
 

 

 

1920년 경성 주재소 배경의 첫 에피소드는 고문을 당한 이후 의자에 결박된 채 갇힌 용진과 윤재의 대사 흐름으로 펼쳐진다. 평양 사투리를 더한 담백한 어조의 윤재와 웃음-울음의 중간 점을 절규하듯 표현하는 용진의 티키타카는 제암리 사건, 조선어학회, 독립군 등의 역사적 이슈들 이면의 정서적 측면들을 짚어내는 듯한 인상을 준다.
1940년대 제주도 배경의 두 번째 에피소드는 윤삼-사섭 두 캐릭터를 중심으로 제주 4.3사건 당시의 현장들을 풀어낸다. 두 인물의 격렬한 말다툼에 이어 빨갱이로 몰려 사살된 비극적 결말은 안타까운 현대사의 단면을 실감케 한다.
1980년대를 묘사한 세 번째 에피소드는 5.18민주화운동부터 대통령 간선제 호헌 등 당시 펼쳐진 역사적 이슈들을 배경에 두고, 40대 이상의 월남전 참전용사 해동과 20대 대학생 주호의 시각차와 공감이 대화로 펼쳐진다.
2020년대 최전방 배경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계급이 다른 두 친구 문석, 은규가 경계근무 중 대화들로 펼쳐진다. 능글맞은 말투와 표정들로 자유분방한 신세대를 표현하는 문석, 묘한 'th' 발음을 더한 말투로 어눌한 듯 단호한 꼰대 느낌을 주는 은규의 교감은 현실적인 유쾌함과 함께, 전쟁과 다툼에 관한 이야기들을 우화적으로 느끼게 한다. 

역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인물들 뿐만 아니라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이 숨어있다. 이러한 역사 속에서 독립 또는 평화를 꿈꿨던, 그저 살려고만 해도 죽어야 했던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는 걸 실감하게 하는 작품이다. 작품은 역사 속에 존재했던 보통 사람들을 두 사람이 주고 받는 말 맛이 살아있는 대사와 긴밀한 호흡을 통해 표현해내고, 관객들로 하여금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에 대해 되짚어보게끔 한다. 그때도 그때가 오늘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시대적 아픔에 공감할 수 있었다. 

 

극 중 대사이다. 

[나는 민들레 홀씨가 되고 싶습네다. 
우리가 차라리 민들레 씨앗처럼 어디든 갈 수 있으면 참 좋겠다고
조선이든 일제든 상관없이 어디든 훨훨 날아서 뿌리 내릴 수 있으면 참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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