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의 최후 발표 작품 중 하나로 출간할 때부터 에르퀼 푸아로가 죽으면서 마지막 사건으로 유명했던 작품이다. 십자수하면서 처음으로 오디오북으로 들었는데 성우분들 연기가 실감나서 더 빠져들었던 것 같다. 범죄 추리소설임에도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뛰어났고 푸아로가 가장 완벽한 완전범죄를 만든 범인이라고 말한 X가 누구이며 어떤 수법을 쓰는지 생각해보는 것이 흥미로운 수작이었다. 오징어 게임의 오영일이 말로 사람들을 조정한 것처럼 X는 살인을 즐기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눈치없이 보이기도 하고 무례해 보이기도 하는 말로 사람들의 걱정과 욕구를 자극하여 살인하게 만든다. 먹잇감을 찾아 사람들 관계에서의 갈등 구조를 촉발시켜 살인의 불씨를 붙이는 것이 이 범인의 살인놀이인 것이다.
사람들이 의미없이 흘려보내는 시간을 시계회사 템푸스에서 훔쳐서 모았다가 그 사람 사후에 모아둔 시간만큼 시간여행을 시켜준다는 세계관이다. 7개의 평행 우주가 있는데 이 소설에선 구역이라고 칭하고 각 구역에 사는 동일 인물은 서로의 시간에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게 이 세계에 규칙이 있는데 좀 명쾌하지 않아서 이해가 어려운 측면은 있었지만 스토리는 넷플 드라마로 만들면 흥행하겠다 싶을만큼 재밌었다. 사후에 남은 시간은 과거 혹은 미래로 여행하면서 소중한 사람을 보거나 개입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복권당첨 번호를 꿈에서 알려주는 식으로. 그리고 자신의 여행을 포기하면서 산 사람에게 시간을 넘겨줄 수도 있어서 위급한 순간 소중한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
차원을 이동하는 지정된 장소들이 있고 다른 차원으로 가면 세상이 흑백으로 보이는 등의 장면이 영상으로 실사화되면 재밌을 것 같고 악한 계략과 이것을 파헤치는 주인공의 활약, 그리고 사람들 간의 숨겨진 인연의 끈. 쫒고 쫒기는 자동차씬과 연쇄살인범 등의 긴박한 스토리가 끝까지 긴장되고 궁금하게 만든다.
이 소설에서 기록해 놓은 글귀는 [사내 연애의 최대 장점은 매일 얼굴을 볼 수 있는 거지만, 단점도 마찬가지였다.] ㅋㅋ 생각해본 적 없는데 공감이 가서 가지고 왔다. 이별한 후에 그리울텐데 매일 얼굴 볼 수 있으면 마음이 좋기도 하면서 괴롭기도 할 것 같다.
《가시고기》는 부성애에 대해 쓴 소설이다. 이혼한 아버지가 백혈병에 걸린 아들의 골수이식 수술비를 감당하려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오직 아들을 위했으며 자신은 돌아보지 않은 아버지의 모습을 가시고기로 형상화했다. 아버지가 이야기하는 시점과 아들이 이야기하는 시점이 교대로 나오는데 아들이 어른스럽고 귀여워서 사랑스럽다. 이 책에서 아버지의 운명은 아빠 가시고기의 운명과 같이 흘러가며 이것에서 크나큰 부성애를 느낄 수 있었다.
[내 머릿속에는 가시고기 한 마리가 둥둥 떠다녔어요. 먹지도 잠자지도 않고 오로지 새끼만 돌보는 불쌍한 아빠 가시고기 말예요. 자꾸만 가시고기가 생각납니다. 새끼 가시고기들이 떠난 뒤 돌 틈에 머리를 박고 죽어가는 아빠 가시고기 말예요.]
엄청 슬퍼서 울었던 마지막 장면
[그는 조각에 얼굴을 묻고 울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잘 가라, 나의 아들아. 이젠 영영 너를 볼 날이 없겠지. 너의 목소리를 들을 길이 없겠지. 너의 따듯한 손을 어루만질 수 없겠지. 다시는 너를 가슴 가득 안아볼 수 없겠지. 너에게 아빠의 귓볼을 내어줄 수도 없겠지.]
지금 아빠는 간암 말기로 죽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아들을 만나는 것이고 아들은 이 사실을 모른다. 아들이 조각에 재능을 보여서 아빠 얼굴 조각은 자신이 만들어서 가지고 있었고 엄마 따라 프랑스 가기 전날에 자신의 얼굴 조각을 아빠에게 준 것이다. ㅠㅠ 아들이 불안할 때 아빠 귓볼을 만지면 스르르 잠들던 버릇이 있었다. 귀여워..
하지만 부성애를 부각시키기 위해 원무과 과장이 해병대 후배라는 개연성 없는 행운과 치료비 마련을 위해 장기까지 팔 생각을 하면서도 부자 아내의 돈은 거절하는 현실적으로 답답한 선택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긴했다.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문장이다. 타인의 하늘 의미가 깊고 가슴아프다.
[타인의 하늘. 자신의 하늘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매일매일. 그늘을 가려 걷는 것도, 우산을 펴드는 것마저도 도대체 한가하고 염치없는 짓거리일 수밖에 없는 삶.]
표지만 보고는 사랑이야기이거나 힐링물일 줄 알았는데 무척 흥미진진한 sf 판타지 액션이었다. 실사화하면 영상이 멋있을 것 같은게 의문의 이유로 산 하나를 삼킨 씽크홀이 생긴 후 씽크홀에 빠진 사람들이 초능력을 얻게 되어 건물을 집어 던지고 폭파시키는 파괴자, 날아오는 총알도 멈추는 정지자, 부서진 건물을 다시 원래대로 복구하는 회귀자들이 두 개의 조직으로 나뉘어 싸우는데 장면 묘사가 환상적이다. 특히 최주상이 골똘히 고민하면서 벽에 글자들을 세기는 장면과 정여준이 자신에게 날아오는 총알을 정지시켜 수많은 총알들이 공중에 떠있는 장면이 인물의 카리스마를 표현하면서 멋있을 것 같았다. 단, 책에서 반복되는 느낌때문에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는 스토리 부분들은 과감하게 자르고 멋지게 연출하면 천만관객을 불러 모으는 대작이 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소설이었다. 수림이 말 배우는 나이 때 "하부지, 스레시" ㅋㅋ 귀여워~~
소설 속 인상깊은 문장이다.
“수림아, 어떤 사람이 어른인지 아니?”
“자기 힘으로 살아 보려고 애쓰는 사람이야. 한번은 식당에서 옆에 있는 부부 모임 얘기 듣고 깜짝 놀랐어. 늙은 부모가 차를 뽑아 줬다, 애들 학원비를 줬다, 매달 생활비를 받는다……. 그런 걸 자랑이라고 하고 있대. 부모 도움 없이 살기 힘든 세상이지만, 마흔 넘어 보이는 사람들이 부끄러운 줄 모르고 떠들더만. 아주 ‘누가 누가 더 어린가’ 내기를 하고 있더라고."
자기 힘으로 살아봐야 남 어려운 걸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이런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겠지.
[나는 얇게 쌓아 올린 크레이프 케이크처럼 향도 층층이 덧입힐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향수의 향을 이렇게 표현해도 되겠다.
루이보스: 루이보스란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의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콩과의 관목이며, 루이보스는 아프리칸스어로 붉은 관목이란 뜻이다. 이것을 건조시켜 우려낸 물의 색깔이 홍차와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케이프지방에 이주한 네덜란드인들이 홍차 대용품으로 이용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단순히 스트레이트로 음용하는 방법 말고도 홍차와 비슷하게 가향 블렌딩을 하거나, 밀크티, 라떼로 마시는 방법도 있다. 맛은 둥굴레차와 비슷하며, 설탕 없이도 살짝 달며 뒷맛이 개운한 것이 특징이다. 카페인이 없고 항산화 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항산화 작용으로 노화 방지에 좋고 알레르기 증상 완화 피부 미용과 숙면 등에 좋다고 한다.
딜 : 딜은 산형과의 한해살이풀이며 바질과 함께 식용 허브로 유명한 식물이다. 풀향 같으면서도 상쾌한 향이 나는데 생선의 비린내와 발효 음식의 꿉꿉한 냄새를 줄여주기 때문에 생선 요리, 피클, 크림치즈, 요거트 등과 잘 어울리며, 레몬, 식초와 같은 산과 함께 쓸 경우 상큼한 향을 더 강화시켜 준다. 딜에도 미리스티신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유럽에서 중세까지는 진정작용과 최면효과가 있는 약초로 인식되기도 하였다.
라벤더 : 지중해 원산의 꿀풀과 라벤더속의 상록 관목. 허브를 대표하는 식물 중 하나이다. 기다란 꽃대 위에 보라색의 작고 기다란 타원형의 꽃망울들이 옹기종기 매달려서 마치 이삭과 같은 꼴을 이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라벤더의 향은 플로랄 + 허벌의 혼합형 향이며, 부드러우면서도 상쾌한 느낌이 드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인지 라벤더 향을 설명할 때는 원목향 + 꽃향기, 혹은 꽃향기 + 허브 계통의 풀냄새 느낌이 난다고 설명한다. 또한 예로부터 깨끗한 향의 대명사로도 불린다. 대놓고 어원이 '씻다' 를 의미하는 'Lavare' 이며, 현대에서도 라벤더 향은 청결한 이미지가 강하기에 단순히 향수나 에센셜 오일 외에도 화장실 방향제, 차량 방향제, 세정제 등에 많이 첨가되는 향 중 하나이다. 방향 및 허브차로 마실 때는 숙면 및 진정효과가 있어 일시적인 불면증이나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레몬머틀 : 레몬머틀은 열대림에 서식하는 관목으로 그 잎은 차나 향신료, 오일로 널리 쓰이고 있으며 레몬향이 나는 오일 중에서 가장 레몬향이 강하고 알레르기, 염증 등에 많은 효능을 가지고 있으며 피부에 좋다. 레몬보다 더욱 상큼하고 오래가는 레몬향을 내기 때문에 향수의 성분으로도 많이 사용된다. 레몬머틀은 레몬보다 9배 이상의 시트랄을 함유하여 비타민 C 효능 및 항균작용이 뛰어나다.
일랑일랑 : 동남아시아 원산의 열대 상록성 교목. '일랑일랑'이라는 이름은 타갈로그어로 "야생"을 의미한다. 자스민을 닮은 산뜻하면서도 풍부한 향으로 향수의 원료로 자주 쓰여서 "향수의 여왕"으로 불린다. 다만 약간 올드한 느낌이 있으므로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신혼부부가 지낼 신방의 침대에 일랑일랑 꽃을 뿌려 놓는 아름다운 풍습이 있었다.
만다린 : 만다린 오렌지(Mandarin orange)라고 하는데 미국의 귤이다. 짙은 시트러스 향이 나므로 향 성분을 추출하여 아로마테라피 오일이나 향수의 원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즐거움을 느끼게 하고 우울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모든 동물이 행복해지길 바랐던 엉뚱한 천재 화가 ‘루이스’(베네딕트 컴버배치). 그림 말고는 모든 게 서툴렀던 그 앞에 어느 날 운명 같은 사랑이 찾아온다. 그의 세상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삶의 전부, ‘에밀리’(클레어 포이) 그리고 고양이 ‘피터’. 세 사람의 아기자기한 작은 집에서의 best time은 오래 가지 못하고 에밀리는 유방암 말기 선고를 받고 죽는다. 실화라는데 영화라고 믿고 싶을만큼 슬프다. 그 후의 루이스의 삶은 그리움과 외로움을 잊으려는지 에밀리, 피터와 함께 살던 시절 그리던 행복한 고양이 그림에 매달리면서 고양이 화가로 유명해지게 된다.
[당신은 이 세상을 아름답고 따스하고 다정하게 만들어주니까 너무 늦기 전에 고맙다고 하고 싶었어.]
[에밀리가 왜 계속 그림을 그리라고 했을까요? 사람들을 돕고 보여주라고. 제 생각은 조금 달라요. 그림을 계속 그리라던 이유는 외롭지 말라고 그러신 거예요. 그림을 그릴 때면 사람들과 연결되고 자신의 일부를 나눠주시지만 사람들도 선생님과 연결되는 거예요.]
셜록 홈즈 역으로 알고 있던 베네딕트 컴버배치 연기 잘 한다. 미묘한 감정의 변화가 표정에서 눈빛에서 느껴져. ㅠㅠ
루이스 웨인이 그린 고양이 작품들 어디선가 본 느낌이다. 고양이들이 행복해 보여. ㅠㅠ 🥲
히루가 23시간이어서 불규칙하게 시간이 사라지는 준우와 하루가 25시간이어서 1분이 62초인 수빈이의 운명적인 사랑이야이다. 드라마로 만들면 대박날 것 같은 스토리였다. 엄마 아빠가 죽은 후 남겨진 추억이 괴로와서 그 누구와도 추억을 만들지 않으려는 자발적 아싸의 삶을 살던 수빈이에게 갑자기 시간이 사라져 곤란을 겪는 준우가 다가온다. 준우는 수빈과 함께 있을 때만 하루가 온전히 24시간임을 확인하고 미래를 위해 수빈과 함께 있으려고 스터디를 시작하게 된다. 둘은 사랑하게 되지만 미래의 준우가 메일로 알려준 수빈의 이른 사망 소식에 준우는 자신으로 인해 1시간씩 줄어드는 수빈에게 미안해서 수빈을 외면한다. 그리고 수빈이 죽을 날보다 10년 일찍 사망하는 것을 겪고 과거의 수빈을 찾아가 소중한 시간을 함께 보내도록 도와준다.
중심되는 대사는 [“추억을 갖는 건 행복한 것 같아. 그런 내가 널 만나 추억을 쌓으며 남은 시간들의 소중함을 알았는데, 이렇게 다시 흘러가게 내버려 두고 싶지 않아.”]
추억쌓기를 두려워하여 관계를 맺지 않던 수빈이 그리움이 될지라도 함께 보내는 시간이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성장 스토리이다. 서브로 등장하는 나경의 캐릭터가 매력있다. 준우를 좋아하며 수빈을 질투하면서도 처음에 괴롭힐 줄 알았던 나경이 은근 수빈을 챙겨주게 되면서 진실한 친구가 되어준다. 나경이 오지랖이 사랑스러워~
소설의 형식이 독특했다. 흔히 반전은 이야기 결말부분에 나오는데 이 소설은 중반부까지 읽던 이야기의 진실이 반전과 함께 후반부에 드러난다. 그래서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작품이다. 스토리는 성장과 사랑과 이별 그리고 꿈에 대한 이야기. 중심되는 소설 속 구절은 [어린 마녀에게 사츠는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런 따스한 감정은 처음이었어요. 소중한 사람이 생긴다는 건 무척이나 멋진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또다시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고 싶네. 여행을 가면 풍경시를 쓰고 싶어. 나라의 특색보단 보편적인 느낌으로 그리고 삽화로 물 먹은 흐릿한 풍경에 그런데 하나의 색깔로 명암이 그라데이션 되게 형태는 살짝 포인트 부분만 남겨서 또렷하고 생생하게 일상의 무언갈 하는 인물을 그려. 인물이 하는 일이 메인인 듯 하지만 풍경이 더 매력적이면 좋겠다. 우와~♡
연애상담해 주기를 좋아하고 사랑 영화를 좋아한다는 작가의 사랑이야기 소설이다. 단편소설의 모음인데 사랑이야기가 평범하지 않다. 처녀귀신이 피아니스트를 덕질하는 이야기, 헤어진 남녀의 몸이 바뀐 이야기, 시골 출신 두 남녀의 꿈과 사랑이야기, 타로점을 봐주는 여자에게 찾아온 사랑, 이상형에 꼭 맞는 AI로봇, 북극의 알려지지 않은 마을을 찾아간 인류학자의 사랑이야기. 평범하지 않은 사랑이지만 사랑은 보편적인 감정이라고 누구나가 겪은 사랑과 비슷한 모습이어서 공감할 수 있었다.
[사랑이란 전반적으로 좋은 기분이 종일 지속되는 거] : 그래서 사랑하고 사랑받는 일을 멈추고 싶지 않은 거다. ㅋㅋ
[심리학에서 그러잖아. 너무 극단적인 감정을 느끼면 뇌 속에서 평형을 맞추려고 정반대의 감정을 끌어올린다고. 너무 기쁘면 눈물나는 것처럼. 누군가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미워지는 마음, 그런 거 아니었을까 싶은데.] : 나의 경우 사랑할 땐 미워하는 마음보다는 고통과 슬픔을 느꼈다. 그리고 기다리게 되면서 지치게 되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의 경이로운 점은, 그 사랑의 범위가 물감이 번지듯 세상 전반으로 퍼져나간다는 거예요. 말하자면 비단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일이 아니었어요. 이 광활한 우주에서 사랑해야 할 것들이 점점 늘어나는 일이자, 그가 사랑하는 것들을 따라서 사랑하게 되는 일이었죠. 그를 몰랐다면, 아마도 나는 지금과 전혀 다른 취향과 감수성을 지닌 사람이 되었을 거예요. 그야말로 '다른 사람'이요.] : 사랑하면서 그 사랑을 후회하지 않는 것은 그로 인해 시를 쓰게 되었고, 작품의 주옥같은 대사를 찾으며 감탄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사람과 함께 놀고 싶어서 하게 된 취미생활이 나의 삶을 풍성하게 바꿔놓았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때 정확히 알았던 것 같아요. 나는 평생, 아니 죽어서도 그를 사랑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 존경하게 되었을 때 이런 감정을 느꼈다. 추종한다고 해야할까. ㅋㅋ 덕질은 사랑보다 오래 지속되는 것 같은 게 대상을 이상화하기 때문에. 그의 결점마저도 매력으로 보인다는. 그럼에도 외모가 내 스타일인 게 가장 영향이 큰 것 같아. ㅠㅠ
[나의 사랑을 완성하는 것은, 그애의 완벽함이 아니라 결핍과 불안이라는 걸.] : 내가 그 사람에게 필요한 사람이어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야 사랑이 더 돈독해진다고 느꼈다. 나 없이도 잘 사는 사람 곁에선 아무래도 포기하고 떠나겠지. 나 없이는 불안해 하고 외로워 하는 모습을 볼 때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나에게 그는 간밤에 꾼 꿈 같아. 누군가에게 말로 설명하기조차 쉽지 않은, 벌써 까마득하고 어렴풋해진, 그러나 분명 나는 생생하게 느낀 적 있는 무언가.] : 헤어지면 사랑했던 그 시간들이 꿈 같겠지. 그럼에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겠지. 이만큼 강렬한 기억은 없었으니까.
특별한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어린 시절부터 죽을 때까지의 인생 이야기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인 스토너는 농사에 도움이 되기 위해 농대에 입학했다가 문학 강의를 듣고 문학과 사랑에 빠진다. 그때부터 도서관에 머물면서 책으로부터 배우는 것에 전념하게 되고 같은 학교 영문학 교수가 된다. 첫눈에 반한 여자에게 청혼하여 결혼하지만 여자의 마음을 얻지 못해 서로 데면데면한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스토너가 사랑으로 키운 딸도 부인의 왜곡된 교육관으로 인해 점차 불행해진다. 가정과 멀어진 스토너는 시간강사와 진정한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대학에 소문이 나면서 이별하게 되고 그때부터 시름시름 앓다가 암에 걸려 죽어간다. 스토너는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던 시절도 있었지만 교육자로서 가르침에 만족하는 수준은 아니었고 한 권의 책을 집필하였지만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었다. 이처럼 스토너의 삶은 최선을 다해 살았지만 실패하기도 하고 소소하게 성공하기도 한 평범한 사람의 삶을 보여준다. 우리의 삶과 닮아서 공감되면서 인생에서의 성공과 실패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색다른 느낌의 좋은 소설이었다. 포인트 되는 문장이다. [“아직도 자신을 모르겠어? 자네는 교육자가 될 사람일세.” “그런 걸 어떻게 아시죠?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이건 사랑일세, 스토너 군.” 슬론이 유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는 사랑에 빠졌어. 아주 간단한 이유지.”] 스토너의 인생은 꽤나 괜찮은 인생이었다고 생각하는게 일이나 사람을 사랑해 본 행운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는 자신이 실패에 대해 생각했던 것을 어렴풋이 떠올렸다. 그런 것이 무슨 문제가 된다고. 이제는 그런 생각이 하잘것없어 보였다. 그의 인생과 비교하면 가치 없는 생각이었다.] 그렇다. 최선을 다했다면 어느 누구의 삶이던 기대와 실망의 총합은 결국 0이다. 기쁨과 슬픔의 총합은 결국 0이어서 인생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이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 사랑하며 살았으면 잘 산 것이 맞을 거다. 얻는 것과 잃는 것의 총합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니 선택할 때 좀더 마음 편해질 것 같다.
아주 현실적인 청소년을 위한 성교육 소설로 추천하고 싶다. 주인공 히카리는 두 교사 부모 밑에서 강압적인 분위기에 반항심이 생긴다. 중학생이던 히카리는 같은 학교 인기남 동급생에게 고백을 받은 후 둘은 부모 몰래 사귀게 된다. 둘의 정사가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되어 자극적인 요소는 있다. 히카리는 임신을 하여 아이를 낳고 아이는 불임부부에게 입양을 보낸다. 그 이후 히카리는 동급생과 위화감을 느끼게 되고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가출하여 신문배달 일을 한다. 독립을 꿈꿨던 히카리는 담보대출 사기사건에 휘말리고 윤락가에 팔아넘기려는 사채업자에게 쫓기고 돈을 마련하기 위해 아기를 입양보낸 부부를 협박하게 된다. 학생 신분으로 임신과 출산을 겪은 후 히카리의 왜곡된 감정과 생각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였고, 그로 인해 세상물정 모르는 히카리가 어떤 어려움을 겪게 되는지 잘 보여 주어서 청소년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게 한다. 히카리의 생각 변화를 보여주는 문장이다. [언니는 사립여고에 다녀서 남학생에 관한 건 잘 모른다. 그런 언니를 보고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하고 무시하던 감정을 히카리는 지금 반 친구들에게도 느끼게 되었다.
촌스럽고 아무것도 모르던 언니. 앞질러서 재미있는 것을 잔뜩 알고 있던 나. ― 기다릴걸 그랬나, 하고 마음속에서 목소리가 떠올랐다. 촌티를 벗은 언니 앞에서 그 목소리가 허무하게 겹친다. ― 나도 어른이 되고 나서 즐거움을 찾을걸 그랬나. 그 무렵 누군가 멋있는 사람의 눈에 띄고 싶어서 안달하지 말걸 그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