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고기》는 부성애에 대해 쓴 소설이다. 이혼한 아버지가 백혈병에 걸린 아들의 골수이식 수술비를 감당하려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오직 아들을 위했으며 자신은 돌아보지 않은 아버지의 모습을 가시고기로 형상화했다.
아버지가 이야기하는 시점과 아들이 이야기하는 시점이 교대로 나오는데 아들이 어른스럽고 귀여워서 사랑스럽다.
이 책에서 아버지의 운명은 아빠 가시고기의 운명과 같이 흘러가며 이것에서 크나큰 부성애를 느낄 수 있었다.
[내 머릿속에는 가시고기 한 마리가 둥둥 떠다녔어요. 먹지도 잠자지도 않고 오로지 새끼만 돌보는 불쌍한 아빠 가시고기 말예요.
자꾸만 가시고기가 생각납니다. 새끼 가시고기들이 떠난 뒤 돌 틈에 머리를 박고 죽어가는 아빠 가시고기 말예요.]
엄청 슬퍼서 울었던 마지막 장면
[그는 조각에 얼굴을 묻고 울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잘 가라, 나의 아들아.
이젠 영영 너를 볼 날이 없겠지. 너의 목소리를 들을 길이 없겠지. 너의 따듯한 손을 어루만질 수 없겠지. 다시는 너를 가슴 가득 안아볼 수 없겠지. 너에게 아빠의 귓볼을 내어줄 수도 없겠지.]
지금 아빠는 간암 말기로 죽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아들을 만나는 것이고 아들은 이 사실을 모른다. 아들이 조각에 재능을 보여서 아빠 얼굴 조각은 자신이 만들어서 가지고 있었고 엄마 따라 프랑스 가기 전날에 자신의 얼굴 조각을 아빠에게 준 것이다. ㅠㅠ 아들이 불안할 때 아빠 귓볼을 만지면 스르르 잠들던 버릇이 있었다. 귀여워..
하지만 부성애를 부각시키기 위해 원무과 과장이 해병대 후배라는 개연성 없는 행운과
치료비 마련을 위해 장기까지 팔 생각을 하면서도 부자 아내의 돈은 거절하는 현실적으로 답답한 선택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긴했다.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문장이다. 타인의 하늘 의미가 깊고 가슴아프다.
[타인의 하늘.
자신의 하늘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매일매일. 그늘을 가려 걷는 것도, 우산을 펴드는 것마저도 도대체 한가하고 염치없는 짓거리일 수밖에 없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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