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PhYQo095Yw?si=5XBkFqtaDIlh1jKs
연극 《갈매기》는 한마디로 대환장 막장극이었다. 제정신으로 제대로 된 사고를 하는 정상인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체호프가 이 작품에 '4막의 희극'이라는 부제를 붙인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자기연민에 빠져 징징대면서도 지독하게 이기적인 인간들의 모습을 멀찍이 떨어져 관조할 때, 그 비극은 황당하고 씁쓸한 한 편의 코미디로 바뀌기 때문이다.
유명작가가 갈매기 시체를 보고 수첩에 소설 아이디어를 적으면서 말한 대사이다.
"호숫가에 어린 소녀가 살고 있습니다. 순수하고 자유로운 갈매기처럼 호수를 사랑하죠. 그런데 한 남자가 낚시를 하다가 그녀를 보고, 그냥 재미 삼아 그녀를 파멸시켜 버립니다. 이 죽은 갈매기처럼요."
이 작가가 재미삼아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소녀를 사랑한 것은 분명하다. 서로에게 끌려 마음을 주고받았으니 그것 역시 사랑이다. 하지만 그는 가난과 책임감을 감당할 용기가 없었다. 결국 소녀를 버리고, 자신에게 현실적인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여배우에게 돌아간다. 진정한 사랑보다 안락함과 실리를 선택하는 인간의 지독한 이기심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나는 갈매기예요... 아니, 그게 아니야.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중요한 건 명성이나 광채가 아니에요. 내가 꿈꾸었던 그런 게 아니라, 견뎌내는 능력이예요. 십자가를 질 줄 알고, 믿음을 갖는 법을 알아야 해요. 난 믿음이 있고, 그래서 이제는 아프지 않아요. 내 소명이 무엇인지 생각할 때면 삶이 두렵지 않아요."
이 대사는 소녀가 작가와 여배우의 아들이 씌운 '재미 삼아 파멸당한 불쌍한 갈매기'라는 프레임을 깨고 벗어나는 순간을 보여준다. 소녀는 아이를 잃고 연인에게 버림받은 채 삼류 배우로서 고단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비운의 피해자라는 자기연민에 갇히는 대신,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자기 삶의 주체로서 살아가겠다고 다짐한다.
반면 여배우의 아들은 '새로운 형식의 예술'이라는 꿈도, 소녀의 사랑도 얻지 못한다. 그는 자신을 파멸한 갈매기와 같은 신세라 한탄하며 끝내 자살을 선택한다. 현실에 무릎 꿇고 자기연민에 갇혀 버린 그의 종말은, 비극을 딛고 주체적으로 일어선 소녀의 선택과 강렬한 대조를 이룬다.
체호프는 《갈매기》를 '희극'이라 칭했다. 청년 시절부터 폐질환에 시달리며 피를 토하는 와중에도 가난한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의사와 작가의 삶을 치열하게 병행했던 체호프. 지독한 현실을 온몸으로 살아낸 그였기에, 자기연민에 매몰된 배부른 감상주의자들에게 씁쓸한 헛웃음과 함께 뼈있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체호프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꿈을 이루지 못한 자여, 고작 그런 이유 때문에 자살하였는가? ㅋㅋㅋ"
"사랑하는 이에게 버림받은 자여, 고작 그런 사람 때문에 주저앉았는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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