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

하늘을 봐도 나무를 봐도
울컥 솟아오르는
그리움 하나 있네.

그리움으로 시를 써
바람에 부치고

남은 그리움으로
그림을 그려 하늘에 걸었네.

그러니
세상이 온통 그리움이네.

봄 여름 지나
가을 가고 겨울이 와도

언제나 내게는
아름다운 느낌으로
그리움이 커지고 있다네.

내가 손을 내밀면
내 손에 와서 고와지는 햇살
내가 볼을 내밀면
내 볼에 와서 다스워지는 햇살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자꾸자꾸 자라나
다람쥐 꼬리만큼은 자라나
내 목에 와서 감기면
누이가 짜준 목도리가 되고
내 입술에 와서 닿으면
그녀와 주고받고는 했던
옛추억의 사랑이 되기도 한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너와 함께 걸었던 들길을 걸으면

들길에 앉아 저녁놀을 바라보면

상처가 많은 풀잎들이 손을 흔든다

 

상처 많은 꽃잎들이

가장 향기롭다

 

 

너의 집은 하늘에 있고
나의 집은 풀 밑에 있다 해도
너는 내 생각 속에 산다.

너는 먼 별 창 안에 밤을 재우고
나는 풀벌레 곁에 밤을 빌린다 해도
너는 내 생각 속에 잔다.

너의 날은 내일에 있고
나의 날은 어제에 있다 해도
너는 내 생각 속에 세월이다.

문 닫은 먼 자리, 가린 자리
너의 생각 밖에 내가 있다 해도
너는 내 생각 속에 있다.

너의 집은 하늘에 있고
나의 집은 풀 밑에 있다 해도
너는 내 생각 속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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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일에 지쳐
자꾸 세상이 싫어질 때
모든 일 다 제쳐두고
내게 오렴


눈물이 많아지고
가슴이 추워질 때
그저 빈 몸으로 아무 때나
내게 오렴


네가 자유롭게 꿈꿀 수 있는
방 하나 마련해 놓고
널 위해 만든 노래들을 들려줄께


네가 일어날 때
아침이 시작되고
네가 누울 때
밤이 시작되는 이곳에서
너를 찾으렴
망가져 가는 너의 꿈을
다시 빛나게 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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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은 할 말이 많아 한마디도 내놓지 못하는 사람의 감은 눈 같다. 시간이 흐르고 아픔이 잊혀질 무렵 천천히 새어 나오는 눈물처럼 파도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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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 지어야 바느질 끝나고

다시 시작할 수 있으련만

나의 매듭은 긴 여운이다

골무 끼고 구멍 난 양말 꿰매시던

손 마디마디의 흔적은

어머니의 자존심이다

서투른 손 놀림, 엉성한 매듭 보고

이것이 뭐가 힘드노

마디마다 아프게 스며드는 매듭

구멍 난 양말 꿰맬 일 없지만

가끔 일부러 바느질을 한다

환한 웃음과 당당한 체취

매듭 지을 때마다 파고드는

젊은 울 어머니를 만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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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에도 쉼표가 있고

악보에도 쉼표가 있듯이

 

쉼표,

때로는 우리의 삶에도

적당한 쉼이 필요하리라

 

더 깊이 보기 위하여

더 높이 뛰기 위하여

더 멀리 가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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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하늘을 날 수 있는 것도

대나무가 곧게 자라는 것도

범종이 멀리 울려 퍼지는 것도

구들장이 따뜻한 것도

북소리가 둥둥 우렁찬 것도

배가 물에 뜨는 것도

피리가 맑은 소리를 내는 것도

연탄불이 활활 타오르는 것도

 

다 제 속을 비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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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소나기가 나뭇잎을 닦아주고 가는 것을 보라

저 가랑비가 나뭇잎을 닦아주고 가는 것을 보라

저 봄비가 나뭇잎을 닦아주고 기뻐하는 것을 보라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가 고이고이 잠드는 것을 보라

우리가 나뭇잎에 얹은 먼지를 닦는 일은

우리 스스로 나뭇잎이 되는 일이다

우리 스스로 푸른 하늘이 되는 일이다

나뭇잎에 앉은

먼지 한번 닦아주지 못하고 사람이 죽는다면

사람은 그 얼마나 쓸쓸한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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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저 향기로운 꽃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저 아름다운 목소리의 새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숲을 온통 싱그러움으로 만드는
나무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이글거리는 붉은 태양을
사랑한 만큼 산다

외로움에 젖은
낮달을 사랑한 만큼 산다
밤하늘의 별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홀로 저문 길을 아스라이 걸어가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나그네를 사랑한 만큼 산다

예기치 않은 운명에 몸부림치는
생애를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그 무엇인가를 사랑한
부피와 넓이와 깊이만큼 산다

꽃이 진다

새가 운다

너를 향한 이 그리움은 어디서 왔는지

너를 향한 이 그리움은 어디로 갈는지

 

꽃잎은 바람에 날리고

사랑에는 길이 없다

 

나는 너에게 눈이 멀고

꽃이 지는

나무 아래에서 하루해가 저물었다

 

 

너른 들판
외진 곳

작은 들꽃 하나
눈에 띄었네.

하마터면
그냥 지나칠 뻔한​

아가 손톱보다도
더 작은 꽃.​

따스한 봄 햇살
아래

온몸으로
환하게 웃고 있네.

살아 있어 기쁘다고
꿈같이 행복하다고

온몸 온 얼굴로
속삭이네.

사랑하는 그대여

이른 새벽녘 눈을 뜨면

가장 먼저 그대가 떠오릅니다

그대는 태양보다도 먼저

내 마음속에 떠올라

햇살보다도 더 먼저

내 마음을 환히 비춰주는 존재입니다

 

오늘 나는

그대만이 내 생애의 전부임을 느낍니다

오후 내내 그 지루한 시간들은

그리움이 있어 더욱 길게 느껴지지만

석양이 지는 계절이 오면

그대는 결코 태양보다 먼저 지지 않습니다

 

그대는 태양보다 더 먼저

내 마음속에 떠오르는 존재

그러나 태양보다 더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머물다 가는 존재입니다

 

내 생의 전부를 다 내어주어도

세상을 밝히는 저 태양과도

그대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대는 내 안에 살고 있는 존재입니다

 

 

사랑하는 것은

창을 여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가

오래오래 홀로 우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부드럽고

슬픈 것입니다.

 

그러나

사랑합니다.”

풀꽃처럼 작은 이 한마디에

녹슬고 사나운 철문도 삐걱 열리고

길고 긴 장벽도 눈 녹듯 스러지고

온 대지에 따스한 봄이 옵니다.

 

사랑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강한 것입니다.

시처럼 오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가슴을 저미며 오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눈물 없이 오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벌판을 지나

벌판 가득한 눈발 속 더 지나

가슴을 후벼파며 내게 오는 그대여

등에 기대어

흐느끼며 울고 싶은 그대여

 

눈보라 진눈깨비와 함께 오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쏟아지는 빗발과 함께 오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견딜 수 없을만치 고통스럽던 시간을 지나

시처럼 오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피어서 열흘 아름다운 꽃이 없고

살면서 끝없이 사랑 받는 사람 없다고

사람들은 그렇게 말을 하는데

 

한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석달 열흘을 피어 있는 꽃도 있고

살면서 늘 사랑스러운 사람도 없는 게 아니어

 

함께 있다 돌아서면

돌아서며 다시 그리워지는 꽃 같은 사람 없는 게 아니어

 

가만히 들여다보니

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다

 

수없는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 올려

목백일홍 나무는 환한 것이다

 

꽃은 져도 나무는 여전히 꽃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제 안에 소리 없이 꽃잎 시들어가는 걸 알면서

온몸 다해 다시 꽃을 피워내며

아무도 모르게 거듭나고 거듭나는 것이다

[물이 그 주인을 만나니 얼굴이 붉어졌더라.]

캬~ 명문장이다.

https://youtube.com/shorts/6w55sH7DAPM?feature=share 

 

 

어떻게 사랑을 시작하게 되었느냐!”

그것을 내게 묻다니 가혹하군요

수많은 눈길을 읽으시고도......

그대를 보는 순간 비로소 인생이 시작된 것을

 

더구나 사랑의 종말을 알고자 하나요

미래가 두려워 마음은 늘 제자리지만

사랑은 끝없는 슬픔 속을 말없이 헤매며

죽는 그날까지 살아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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