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잠시 쉬는 시간에 자판기 앞에서

사람들과의 대화와 함께 마시는 커피 한 잔.

화창한 가을날의 신선한 바람.

기대하지 않은 사람에게서 어느 날 받게 된 편지.

외로울 때 어김없이 걸려 오는 친구의 전화벨 소리.

어느 추운 겨울날 오랜만에 내리는 함박눈.

잠들기 전에 무심코 켠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귀익은 음악 소리...

때론 이런 것들에 나는 행복감을 느끼며

지쳐 있던 몸을 추스르며 다시 내일을 살아가게 됩니다.

 

이런 사소한 일들 하나가 나의 가슴을

따스하게 데워 주는 위로가 되는 이유는

우리를 힘들게 하고 괴롭히는 것들은

언제나 이보다 더 사소한 일들이라는 것을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진 바람에 베이고 꺾이고

세월이 주는 가르침에

주저앉아 하늘을 보았다

 

새기고 싶지 않았던 상흔과

품고 싶지 않았던 한숨이 켜켜이 쌓여

세월을 닮아가는 나를 본다

 

싹을 틔웠던 햇살은 오늘의 햇살과 같지 않고

바람이 불어야 버팀과 견딤을 배울 수 있기에

세월 앞에 겸허히 고개를 숙일 수 있을 때가 되어서야

 

꽃이 핀다

 

그 누구도 피울 수 없는,

단 한 송이의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여린 꽃잎 하나하나

나 태어나서 이 세상을 살아 고스란히 품어온

 

누구도 닮지 못한

내 흔적의 꽃을 피운다

 

 

할 일이 생각나거든 지금 하십시오.

오늘 하늘은 맑지만,

내일은 구름이 보일지도 모릅니다.

어제는 이미 당신의 것이 아니니

지금 하십시오.

 

친절한 말 한마디가 생각나거든

지금 말하십시오.

내일은 당신의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언제나 곁에 있지는 않습니다. 

사랑의 말이 있다면 지금 하십시오.

 

미소를 짓고 싶다면 지금 웃어주십시오.

당신의 친구가 떠나기 전에

장미가 피고 가슴이 설레일 때,

지금의 당신의 미소를 주십시오.

 

불러야 할 노래가 있다면

지금 부르십시오.

당신의 해가 저물면

노래 부르기엔 너무 늦습니다.

당신의 노래를

지금 부르십시오. 

 

 

기대한 만큼 채워지지 않는다고 초조해하지 마십시오.

믿음과 희망을 갖고 최선을 다한 거기까지가

우리의 한계이고 우리의 아름다움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더 사랑하지 못한다고 애태우지 마십시오.

마음을 다해 사랑한 거기까지가 우리의 한계이고

그것이 우리의 아름다움입니다.

 

지금 슬픔에 젖어 있다면 더 많은 눈물을 흘리지 못한다고

자신을 탓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흘린 눈물 거기까지가 우리의 한계이고

그것이 우리의 아름다움입니다. 

 

빨리 달리지 못한다고 내 발걸음을 아쉬워하지 마십시오.

내모습 그대로 최선을 다해 걷는 거기까지가

우리의 한계이고 그것이 우리의 아름다움입니다. 

 

세상의 모든 꽃과 잎은 더 아름답게 피지 못한다고

안달하지 않습니다.

자기 이름으로 피어난 거기까지가

꽃과 잎의 한계이고 그것이 최상의 아름다움입니다. 

 

 

나침반 바늘은 정확한 방향을

가리키기 전에 항상 흔들린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지금 흔들리고 있는 것을

걱정할 필요 없다

언젠가는 바른 방향을

가리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대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들이

그토록 살고 싶어 하던 내일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배우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에 발을 담근다는 것은

인생이 정확한 방향으로

설정되어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이런 시행착오 없이

인생의 목적을 쉽게 찾기란

불가능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앞서 말한 과정은 필요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뒤에야

마지막 강이 더럽혀진 뒤에야

마지막 물고기가 잡힌 뒤에야

그들은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인간이 돈을 먹고 살 수는 없다는 것을.

아직 나는 괜찮다

어제를 버텼으니, 오늘을 지날 것이고,

그렇게 내일의 나는 더디지만

조금은 수월한 세상을

맞이할 것이므로...

 

 

[당신의 사막에도 별이 뜨기를, 고도원 엮음] 

그대에게 보낸 말들이

그대를 다치게 했음을.

그대에게 보낸 침묵이

서로를 문닫게 했음을.

내 안에 숨죽인 그 힘든 세월이

한 번도 그대를 어루만지지 못했음을.

 

 

[당신의 사막에도 별이 뜨기를, 고도원 엮음]

마음속에 사랑이 있으면

세상은 아름답고 고요하고 경이롭습니다.

나를 괴롭히던 마음속의 수많은 상념들은 

누군가 스위치를 탁 하고 꺼버린 듯 사라지고

고요함과 평화가 그 자리를 차지합니다. 

온 지구에 나와 내가 사랑하는

대상만이 오직 존재하는 듯 

느껴집니다. 

 

 

[당신의 사막에서 별이 뜨기를, 고도원 엮음]

소코야, 하고 나는 불렀다.

주름살투성이 속

검은 연못 같은 

그녀의 지혜로운 눈을 들여다보며.

 

아타바스카어에서는

서로 헤어질 때 뭐라고 해요?

작별에 해당하는 말이 뭐예요?

 

바람에 그을린 그녀의 얼굴 위로

언뜻 마음의 잔물결이 지나갔다.

'아, 없어.' 하고 말하며

그녀는 반짝이는 강물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나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우리는 그냥 '틀라아'하고 말하지.

그것은 또 만나자는 뜻이야.

우리는 결코 헤어지지 않아.

 

너의 입이 너의 가슴에

작별의 말을 하는 적이 있니?

 

그녀는 초롱꽃이나 되는 것처럼

가만히 나를 만졌다.

헤어지면 서로 잊게 된단다.

그러면 보잘것없는 존재가 돼.

그래서 우리는 그 말을 쓰지 않아.

 

우리는 늘 네가 돌아올 거라고 생각한단다.

돌아오지 않으면

어딘가 다른 곳에서 만나게 될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우리에게는 작별의 말이 없단다. 

 

 

[마음 챙김의 시, 류시화 엮음]

세상이라는 퍼즐의

한 조각이 되어라

너 없이는 완성될 수 없도록

마음 깊은 곳에서 나는

당신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나는 이 길을 당신과 나란히 걸어가기를 원한다.

당신이라는 존재에 경이로워하고

당신의 재능에 놀라워하며

사랑과 빛 속에서만 당신을 바라보고 싶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서 비쳐 나오는

당신의 아름다움을 보고 싶다.

 

그리고 당신 또한 나를 

같은 눈으로 바라보기를 나는 바란다.

왜냐하면 나는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사랑하니까.

전에 나는 당신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만 당신이 나를 사랑할 것이라고.

 

나는 이제 당신보다 더 빛나고자 하는 옷을

문 앞에 벗어 놓는다.

그것은 나 스스로 만든 무겁고 불필요한 짐이었다.

당신은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여전히 사랑해 주겠는가?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나는 안다.

당신이 그렇게 하리라는 걸. 

 

 

[마음 챙김의 시, 류시화 엮음] 

속도를 늦추라.

너무 빨리 춤추지 마라.

시간은 짧고,

음악은 머지않아 끝날 테니.

 

하루하루를 바쁘게 뛰어다니는가.

누군가에게 인사를 하고서도

대답조차 듣지 못할 만큼.

하루가 끝나 잠자리에 누워서도

앞으로 할 백 가지 일들이

머릿속을 달려가는가.

 

속도를 늦추라.

너무 빨리 춤추지 말라.

시간은 짧고, 

음악은 머지않아 끝날 테니.

 

아이에게 말한 적 있는가,

내일로 미루자고.

그토록 바쁜 움직임 속에

아이의 슬픈 얼굴은 보지 못했는가.

 

어딘가에 이르기 위해 그토록 서둘러 달려갈 때

그곳으로 가는 즐거움의 절반을 놓치는 것이다.

걱정과 조바심으로 보낸 하루는

포장도 뜯지 않은 채 버려지는 선물과 같다.

 

삶은 달리기 경주가 아니다. 

속도를 늦추고,

음악에 귀 기울이라.

노래가 끝나기 전에.

 

 

[마음 챙김의 시, 류시화 엮음]

돈이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돈의 힘을 절감하며 살지라도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고

좌절하지는 말아다오

 

힘이 없이는 할 수 없다고

힘없는 슬픔을 절감하며 살지라도

힘으로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다고

착각하지는 말아다오

 

그리하여 이 또한 잊지 말아다오

돈과 성공이 그대로 행복이 아닌 것처럼

우리 시련의 날들이 그대로 불행이 아님을

 

돌아보면 삶에서 진실로 소중한 것들은

비비람 속에서 단단한 꽃심을 키우듯

크나큰 결여와 슬픔 속에서 

더 강인한 뿌리로 살아나느니

그토록

높은 곳에서

그렇게

오래

떨어지고

추락했으니,

어쩌면

나는

나는 법을

배울 

충분한 시간을

갖게 될지도.

 

 

[마음 챙김의 시, 류시화 엮음]

눈물이 하는 말을 들어라

네가 아픔으로 사무칠 때

눈물이 조그맣게 속삭이던 말을 잊지 마라

눈물이 네 얼굴에 쓴 젖은 글씨를 잊지 마라

눈물은 네가 정직할 때

너를 찾아왔었다

네 마음의 우물에서

가장 차가운 것을 퍼올려

너를 위로하고

너를 씻겨주었다

네 눈물을 기억하라

눈물이 네게 고백하던 말의

그 맑은 것을 잊지 마라

 

 

내가 만약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내 삶은 헛되지 않을 테지요.

 

내가 만약 한 사람의 아픔을 덜어줄 수 있다면

혹은 한 사람의 고통을 가라앉혀줄 수 있다면

혹은 한 마리의 지친 울새가

보금자리에 다시 돌아가도록 도와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내 삶은 헛되지 않을 테지요.

 

 

안개가 짙은들 산까지 지울 수야.

어둠이 짙은들 오는 아침까지 막을 수야.

안개와 어둠 속을 꿰뚫는 물소리, 새소리,

비바람 설친들 피는 꽃까지 막을 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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