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보와 폴을 통해 시인이 일생에서 겪는 희열과 갈망, 고통을 엿볼 수 있었고, 나 또한 시를 지으면서 같은 감정들을 겪었기에 공감과 위안이 되었다. 

넘버의 가사가 랭보와 폴의 시였기 때문에 너무나도 좋게 마음을 울렸고

넘버의 음악이나 무대 장치, 연출 등은 평범했다. 

 

랭보가 찾아 헤매던 세상에 대한 진실. 이거 나도 찾아 헤메던 것인데.
자신이 써온 시를 치장과 거짓이었다며
아프리카로 가서 진정한 시를 쓰겠다던 랭보가 마지막으로 남긴 시들은
처절한 삶에 대한 기록이었다. 커피콩을 볶아 몇 프랑을 받았다는. 고된 노동으로 몸이 아프다는 일기. 그 어떤 거짓도 치장도 없는 글.
그리고 고백한다. 인생은 불행의 연속이라고.
이 말을 듣는 순간 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도 거짓을 위안으로 삼고 있었구나. 인생이 고통이고 불행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어려웠구나 깨닫게 되었다. 행복이라는 단어로 얼마나 오래 나를 속여왔는지. 행복을 말하면 행복해질 줄 알았다. ㅎㅎ
우리는 착각과 같은 희망을 품고 있는 것 같다. 잘 살게 되면 행복해질까, 치열하게 일하면 행복해질까..
그러면서도 랭보는 폴이 지은 시, 소박하고 단순한 낱말들로 지은 따뜻한 사랑시를 읽고 또 읽었다.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자연과 바람과 뜨거운 태양과 사랑은 일순간이지만 우리모두에게 허락되어 있다.

 

뮤지컬 속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구절은

랭보와 폴이 시쓰기에 몰입하기 위해 프랑스에서의 가족과 친구, 직장 등 그 모든 것을 떠나 런던 바닷가에 도착하였을 때

처음 보는 바다 풍경에 감동하며 모래사장에 나뭇가지로 두 사람이 함께 지은 시구절이 좋았다.

[ 그들은 누더기를 걸친 채 격렬하게 모험의 길을 간다.

이동수단이라곤 말라빠진 두 다리가 전부.

재산이라곤 눈동자 속에 담긴 금빛 태양이 전부. 

나는 살아있다. 참으로 착실하게 타오르는 불꽃처럼

여기 이곳에 살아있다. ]

 

그리고 랭보가 아프리카에서 진정한 시가 무엇인지를 발견하고난 후 지은 시인 넘버의 가사가 좋았다. 

 

[ 인생은 불행이다.

쉴 틈 없는 불행의 연속이다.


온 우주를 돌고 돌아서
드디어 찾았네
희망은 저물어가고
남은 것은 끝없는 고통뿐

 

영원, 그것은 하나로 뒤섞인
태양과 바다
영원, 그것은 태양과 함께 가버린 바다

그리하여 나는 벗어난다.
세상 모든 것으로부터.
그리하여 나는 끝내 날아오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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