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적인 각본과 연출과 음악이 어우러진 감각적인 연극이었다.
원작자 해롤드 핀터는 2005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영국의 유명한 극작가이다. 동성애 커플인 해리와 빌, 부부인 제임스와 스텔라는 패션 업계에 종사하고 있다. 어늘 날, 부인 스텔라가 바람을 피웠다는 고백을 들은 제임스는 젊은 디자이너 빌의 집을 불쑥 찾아가 아내와의 일을 따져 묻는다. 그러나 진실을 밝히려고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알 수 없는 모호함 속으로 빠져든다. 초반부 제임스가 빌을 추궁하는 단계에서는 생각하는 대로 일이 풀리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빌은 곧장 스텔라가 남편의 무관심으로인한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말을 지어냈을 가능성을 제시하며 제임스를 반대로 몰아간다.
네 사람 각자의 이야기가 진실일 수도 있고 거짓일 수도 있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며 보고 싶은 대로 보고,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확증편향적인 모습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연극은 등장인물이 모델이 런웨이를 걷듯이 무대를 멋지게 걸으며 시작된다. 컬렉션(전시회)이란 극의 제목도 주제를 잘 드러낸다. 이 작품에서 인물들은 빌과 스텔라의 그날 밤 외도에 대해 진실공방을 한다. 빌과 스텔라는 그날의 진실을 알고 있겠지만 이 둘의 진술에는 진실과 거짓이 섞여 있다. 이 작품에서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에 대한 증거는 나오지 않는다. 제임스와 해리는 그 날의 진실을 찾는 것보다 믿고 싶은대로 진술해주기를 바라는 눈치다.
진실은 있지만, 모델이 런웨이를 걷듯, 작품의 제목이 전시회이듯 현실은 진실보다는 믿고 싶은대로 믿는, 보여지고 싶은대로 보는 전시와 같은 것이다.
[난 당신이 날 이해해주기를 바랬어.] 스텔라의 속마음이다. 외도에 대한 말이 진실인지, 꾸며낸 말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게 진실이지? 아니야?] 제임스의 마지막 대사이다. 스텔라의 마음과 그 날의 진실을 알고자 하기 보다 확증편향적인 말을 한다.
무대는 2개의 집으로 분리되어 있는데, 왼쪽이 해리와 빌의 집이고, 오른쪽이 제임스와 스텔라의 집이다. 제임스는 스텔라에게 빌의 집에 가보았냐고 말하면서 빌의 집을 떠올릴 때 자신의 집에서 빌의 집으로 건너뛰어 넘어간다. 그런 연출이 무척 감각적이었다. 연극에서나 가능한 상상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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