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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두 시점이 교차하며 전개된다. 더스트가 인류 대부분을 ‘멸종’시킨 2050년대, 그리고 살아남은 이들이 더스트를 종식하고 문명을 다시 일으킨 ‘재건 60주년’ 즈음이다. 재건 이후를 살아가는 연구자 ‘아영’과 멸망의 시대 한복판을 통과해 살아남은 여성 ‘나오미’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나온다. 두 인물을 이어주는 것은 기묘한 푸른빛을 내뿜는 식물, ‘모스바나’다.

소설은 아영이 더스트 시대 독점종이었던 모스바나의 기원을 추적하며 만나게 된 그 시대의 생존자, 나오미의 이야기로 나아간다. 나오미의 이야기 속 더스트 시대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종말, 그 자체다. 붉은 안개와 함께 찾아오는 더스트는 호흡하며 살아가는 존재라면 무엇이든 순식간에 죽게 만든다. 사람은 물론 동물과 식물도 예외는 아니다. 더스트 못지않게 잔혹한 것은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는 인간이다. 도시를 보호할 돔을 씌우지 못한 지역은 처참히 무너졌고, 돔 시티를 만든 사람들은 그들만의 도시를 유지하기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는다. 더스트 항체를 지닌 일부 ‘내성종’ 인간들은 사냥꾼들에게 쫓기며 피를 빼앗기고, 생체 실험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더스트에 내성이 있는 나오미와 아마라 자매 역시 각종 생체실험을 당했지만 가까스로 연구소를 탈출한 아이들이었다. 자매는 숲속을 헤매다 숲속 도피처, ‘프림 빌리지’에 당도하게 된다. 이곳에 모인 이들은 대부분 “세상에서 밀려난 사람들”이다. 돔 없이도 식물을 재배하며 살아가는 이 공동체에는 리더 ‘지수’와 마을 끄트머리 온실에서 더스트에 저항성이 있거나 심지어 더스트를 분해하기도 하는 식물들(모스바나)을 연구하는 사이보그 식물학자 ‘레이첼’이 있다. 나오미와 아마라, 그리고 프림 빌리지의 사람들은 결국 습격을 받고 자신들을 버린 이 먼지투성이 디스토피아에 ‘구원자’ 식물을 퍼뜨리기 위해 호버카에 오른다.

난 식물 생태를 연구해본 경험이 있어서 식물이 인간에게 가치있는 것을 많이 주고, 식물과 인간의 공존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 소설은 그런 점을 흥미롭게 잘 보여준다. 

[더스트 저항성을 가지게 하는 벡터를 뿌리 박테리아로 식물들에게 감염시켰습니다.

자가증식 나노봇을 증식시킨 다음, 모스바나의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들이 어떤 방식으로 더스트를 제거하는지를 밝혀냈다. 모스바나의 VOCs는 더스트의 증식에서 다른자리성 저해제처럼 작용하여 더스트 입자들이 서로 응집되도록 한다. 이렇게 응집된 더스트 입자들은 분자 크기가 커져 더 이상 인체 침투성을 띠지 않으며, 주로 토양으로 흡수되어 유기물로 분해된다. 모스바나의 실뿌리들은 토양으로 흡수된 더스트 입자의 분해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소설 마지막 쯤에 모스바나가 어떻게 더스트를 분해시켜서 사람들을 살리는지에 대한 설명이 이렇게 나온다.

더스트는 먼지보다 작은 자가증식 나노로봇이고 이것이 인간의 폐에 들어가 세포를 파괴하면서 사람들이 죽고 멸망이 시작된 것이다. 온실의 고농도의 더스트 환경에서 더스트를 분해하는 식물이 생겨나게 되었고, 이 식물의 유전자를 벡터에 재조합하고 잘 자라는 식물에 감염시켜 모스바나를 만들었다. 

[한 명이 아니었어요. 한 장소도 아니었죠. 레이첼의 온실에서 떠난 이들이 거의 같은 시대에 각자 도착한 곳에서 모스바나를 기르기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모두 약속을 지켰군요. 떠나서도 잊지 않은 거예요.

프림 빌리지에 살던 사람들은 모스바나 종자를 가지고 전세계 곳곳으로 흩어져 모스바나를 재배했고, 이것이 더스트 농도를 감소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되면서 인류를 구원하게 된다는 내용의 SF 소설이다. 

나노로봇 무기가 사람을 죽이는 멸종의 시대에 식물이 이에 맞게 진화하여 더스트의 자가 증식을 막고 이를 분해하는 유전자를 가지게 되는 과정이 식물의 특성을 과학적으로 잘 활용해서 있을 법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개했고, 잡초와 같이 비교적 관심을 덜 받는 식물이 인류를 구원할 치료제가 된다는 점을 보여주어 식물의 가치를 일깨워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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