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뮤지컬엔 대사에 리듬 좀 붙인 듯이 작곡한 넘버가 많은데, 이 뮤지컬은 넘버 멜로디가 좋았다. 
스토리 소재가 신선하다. 작품 속 주인공들이 자신이 하고픈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다니. 그러면서 작품은 우당탕탕. 
특히 셰익스피어는 집필 중에 햄릿 아버지, 오필리어, 쥴리엣 아버지, 유모 등 주인공 3명 제외한 모든 캐릭터가 되는데 너무 웃긴다. 

사람들에게 깊이가 없는 광대라고 혹평을 받은 셰익스피어는
세계적인 명작 탄생을 꿈꾸며 <명작, 이대로만 하면 쓸 수 있다!>의 지침에 따라
아버지의 복수에 성공한 왕자 <햄릿>과
가문의 반대를 극복하고 사랑을 이루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집필한다. 
셰익스피어가 집필하면서 대사를 읊는 동안 
햄릿, 로미오, 줄리엣이 연기를 하는 연출이 재밌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진행시키던 중,
불어오는 거센 바람에 뒤죽박죽 섞여버린 두 대본,
그리고 섞여버린 대본이 탄생시킨 ‘미지의 공간, 파라다이스’에서 햄릿과 로미오와 줄리엣은 만나게 된다. 
‘파라다이스’에서 잊고 지낸 자신의 꿈을 찾아가려는 줄리엣과 햄릿,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 줄리엣 때문에 길을 잃어버린 로미오
그리고 어떻게든 이 주인공들을 되돌려 명작을 탄생시키고 싶은 셰익스피어.
<햄릿>, <로미오와 줄리엣>은 과연 무사히 명작으로 탄생될 수 있을까?
 
극 중 셰익스피어는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흔들리며 갈등하는 모습을 보인다. 계속해서 고민, 또 고민하며 힘겹게 글을 써나가는 셰익스피어의 모습은 ‘당연히 모든 작품을 번뜩이는 창의력으로 쉽게 써 내려갔을 것’이라는 편견을 깨부순다.
반면 햄릿과 줄리엣은 다른 사람들이 뭐라 하든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길을 걷고자 했다. 햄릿은 아버지의 복수보다는 음유시인을, 줄리엣은 로미오와의 사랑보다는 검술 연마를 꿈꾸었다. 그들은 셰익스피어에게 ‘엑스트라가 되더라도 내가 원하는 역할을 맡고 싶다’라고 말했다.
셰익스피어는 이름이 없더라도 살고 싶은 대로 살겠다는 그들을 걱정하며 질문한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도 괜찮겠냐고. 그들은 어차피 이건 자신의 이야기이기에 괜찮다고 대답한다.
로미오 역시 본인이 하고 싶었던 주인공 역할을 모두 꿰차며 원하는 삶을 살게 된다. 햄릿이 되어 독이 묻은 칼에 죽은 로미오, 로미오가 되어 독을 마시고 죽은 로미오, 쥴리엣이 되어 단검에 찔러 죽은 로미오. ㅋㅋ 주인공은 모두 로미오가. 
작품을 끝낸 셰익스피어는 말한다. 
비극을 누가 좋아하겠어? 여자가 칼을 들다니? 저 왕자는 왜이리 생각이 많아? 비평이 들려와도
[명작이 아니어도
이것이 내가 쓰고 싶던 이야기]
나도 책을 집필하면서 타인의 비판에 흔들려 왔고, 다른 작가들과 비교하며 초라해지기도 하지만
내가 쓰고 싶은 책을 만들어 낸다면 이름이 없더라도 나의 이야기를 마음껏 펼쳐보았으니까 괜찮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 셰익스피어의 일대기는 어떤지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극작가로서의 셰익스피어의 활동기는 대략 24년으로 볼 수 있는데, 이 기간에 희극, 비극을 포함하여 모두 38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셰익스피어는 대학도 마치지 못한 학력으로 인해 품격이 떨어지는 연극을 양산하고 있다고 비난받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셰익스피어 작품의 인기는 더해 갔다. 대부분의 작품이 살아생전 인기를 누렸다. 생전의 엘리자베스가 셰익스피어에 대한 유명한 말을 남겼는데, "국가를 모두 넘겨주는 경우에도 셰익스피어 한 명만은 못 넘긴다."이었다.] 
아니, 이 분은 재능충이잖아!! 음... 재능을 탐할 순 없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