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티네 할인이라 표를 구입했는데, 
또 마침 카메라 촬영 타임이 있는 날이더라고요. 
그래서 두 배우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어요. 

사진처럼 무대에 철창이 있어요. 감옥을 상징하죠. 
그리고 죄수와 작가가 만나는 장소인 농구장이 있고
오른쪽엔 작가와 배우가 만나는 장소인 책상이 있어요. 

연극 '테베랜드'는 아버지를 죽여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청년 마르틴과, 마르틴을 취재해 존속 살해를 주제로 연극을 쓰려고 하는 극작가 S의 2인극이다. 우루과이 출신의 극작가 세르히오 블랑코가 오이디푸스 신화에서 영감을 받아 쓴 작품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하는 인물을 간의 관계가 흥미롭다. 극작가 S는 연극 제작을 목적으로 마르틴에 접근하지만 마르틴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그를 연민하게 된다. 인간 관계에 목마른 마르틴은 S가 자신을 이용해 글을 쓰려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가 면회 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S 외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S가 만든 연극에서 마르틴을 연기하는 배우 페데리코도 마르틴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실제로는 한 명의 배우가 마르틴과 페데리코를 모두 연기한다. 극이 진행될수록 지금 말하는 인물이 마르틴인지, 페데리코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교도소 철창을 재현한 무대도 모호함을 더한다. 이 철창은 마르틴이 갇혀 있는 교도소이면서 동시에 페데리코가 마르틴을 연기하는 무대다. 이런 모호함은 페데리코가 마르틴에 스며든 것처럼 누구나도 마르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마르틴은 어릴적부터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당했다. 아버지는 마르틴과 엄마를 상습적으로 폭행하였는데, 마르틴의 말에 의하면 때리는 걸 즐기는 것 같았다고 한다. 마르틴이 큰 이후에는 폭행 대신 폭언을 한다. "멍청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놈", "더러운 걸레"와 같은 인신공격이다. 마르틴은 중학교까지만 다녔는데, 자신이 멍청해서 선생님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한다. S와의 대화에서도 단어의 의미를 몰라서 종종 물어본다. 아버지는 두꺼운 책으로 마르틴의 손을 눌러 손톱에 피멍이 들게 했는데 그것이 트라우마가 되어서 마르틴은 책을 보지 못한다. 이런 가정 환경이 학교 교육에 필요한 기초적인 언어조차 마르틴이 익히지 못하게 한 것으로 보였다. 불쌍한 마르틴... 그 이후 마르틴은 돈을 벌기 위해 이것저것 일을 해보지만 잘 할 수 없었고, 남자를 대상으로 성매매를 하게 된다. 이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하면서. 이 사실을 알게된 아버지는 이때부터 "걸레"라고 마르틴을 욕한다. 
사랑하던 엄마는 자궁암으로 죽게 되고, 어느 날 계속된 인신공격에 마르틴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포크를 꺼내 아버지를 찌른다. 아버지는 폭언을 멈추지 않았고 말을 멈추게 하기 위해 목을 찌른다. 그렇게 21차례 찌른 후 숨이 완전히 끊긴 것을 알아차리고 포크를 내려놓는다. 
S와의 대화 중에 마르틴은 "연극에서 저는 좋은 사람이에요, 나쁜 사람이에요?"라고 묻는다. S는 누구나 좋은 사람이기도 나쁜 사람이기도 하며 마르틴도 평범한 사람과 같다고 한다. 마르틴이 존속 살해를 하였지만 그것만으로 나쁜 사람이라고 단정지을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조차도 마르틴과 같은 환경에 놓인다면 같은 행동을 저지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S는 마르틴과의 대화 속에 존속 살인의 대명사로 불리는 오이디푸스의 이야기,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위대한 업적을 남긴 모차르트, 프로이트, 도스토예프스키의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S는 이런 말을 한다. 모차르트가 아버지와 사이가 좋았다면 그런 위대한 곡을 지을 수 있었을까? 천재적인 작품은 고통 속에서 탄생하기도 하니까 이것에 대해 옳다 그르다, 좋다 나쁘다는 판단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연극의 제목인 '테베'는 고대 그리스 도시의 이름이다. 이곳은 오이디푸스 신화와 관련있는데,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부모를 모른 채 테베의 왕이었던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며 테베의 왕이 된다. 이후 진실을 알게 되면서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두 눈을 뽑아버린다. '테베'는 어떤 의미일까? 이 연극에서 꺼내놓은 이야기를 종합하여 생각해본다면, 테베는 마르틴의 삶이 그런 것처럼, 오이디푸스와 모차르트 등의 누구나의 삶이 그런 것처럼 인생에는 혼란스럽고 불가해한 영역이 있고 이것을 '테베랜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연극을 보면서 중요하게 느껴지는 대사가 있었는데, 이 대사가 마르틴의 '테베랜드'를 압축하여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마르틴은 S와의 대화 중에 "모르겠어요."라는 말을 자주 반복한다. 그런 마르틴을 보며 S는 마르틴의 머리 속은 모든 게 뒤섞인 것 같다고 말한다. 모르겠고 모든 게 뒤섞여 버린 듯한 명쾌하게 옳다 그르다, 좋다 나쁘다 결정할 수 없는 '테베랜드'를 마르틴의 삶을 통해 그리고 신화(오이디푸스), 문학(도스토예프스키), 기호학(롤랑바르트), 정신분석(프로이트), 종교(성 마르틴), 음악(모차르트)을 넘나드는 다양한 주제를 꺼내놓으면서 관객 스스로가 생각할 장을 열어준 뛰어난 작품이었다. 짝짝짝!
 
이 연극은 실제로 아버지를 살해한 20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에요. 
그래서 실제 살인현장사진 3점과 살해도구인 포크의 사진을 보여줘요. 
심약자는 보지 말라는 경고를 해줘요. 
전 작품에 몰입하기 위해 봤어요. 그리고 그렇게 정신력이 약하다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연극 중에 볼 때는 아주 끔직한 사진은 아니었어요. 괜찮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연극 끝나고 집에 오니까 정신적으로 힘드네요. 
그 20대 죄수의 심정에 공감하면서 감정이입을 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껏 실제 살인 현장과 도구를 본적이 없었거든요. 
그게 충격으로 남은 것 같아요.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었어요. 그런데 기분이 좋진 않아요. 
이 점을 고려하고 관극 여부를 결정하셔야 할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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