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관극 때 혼동스러운 부분이 많아서 두번째 관극을 했다.
배우분들 페어에 따라 극의 분위기가 많이 달랐고, 두번째라 놓친 대사와 장면을 챙겨갈 수 있었지만,
여전히 혼동스러움은 해결할 수 없었다.
때마침 유튜브에서 배우분들이 출연하신 3일간의 비 공부방을 발견해서 3시간동안 Q & A 에서의 배우분들의 어느 정도 합의된 의견을 듣고 숨겨진 이야기들을 알게 되었는데, 여전히 말끔하게 작품을 이해한 것은 아니다.
그만큼 난해하고 작가가 해석을 열어둔 연극이었다.
[줄거리]
'3일간의 비'는 1995년과 1960년대의 두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유명 건축가인 아버지의 유산을 정리하던 중 발견된 일기장을 통해 과거 부모세대의 진실을 들여다보게 되는 이야기다. 2003 토니상(Tony Awards) 수상자인 미국의 유명 극작가 리차드 그린버그의 작품이다.
1막에서는 워커와 낸, 핍의 이야기가, 2막에서는 그들의 부모세대인 네드와 라이나, 테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1막에서 아버지인 네드는 그가 남긴 건축물 중 가장 좋은 집인 ‘제인웨이 하우스’를 아들인 워커가 아닌 친구 테오의 아들 핍에게 물려주었다. 워커는 어릴 때 자신의 웃음 소리가 어떤 방아쇠가 되었는지 엄마가 그 소리를 듣고 창문으로 뛰어가 피로 물든 장면을 목격한 후 엄마인 라이나는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워커는 마음에 큰 상처를 입는다. 이름대로 방랑하는 워커를 누나 낸이 보살펴 주는데 책임감이 강한 누나이지만 지쳐하고 이런 낸을 핍이 위로해준다.
워커는 네드와 테오가 과거에 같이 쓰던 사무실에 머물면서 침대 매트리스 아래에서 아버지의 일기장과 '공주와 완두콩'이라는 안데르센의 동화책을 발견한다. 아버지의 일기장은 간단한 단어로 나열된 시 같은 기록장이었다. 워커는 자식이 아닌 핍에게 '제인웨이 하우스'를 물려준 아버지를 원망하면서 왜 그러셨을까를 아버지의 일기장을 통해 찾아보기 시작한다.
일기장에 쓰인 글은
"1960년 3월 4일~6일 3일간의 비"
"테오가 아프다. 테오가 죽어간다. 테오가 죽었다. 나는 테오의 모든 것을 빼앗았다."
여기서 워커는 테오가 죽은 후 네드의 건축물이 평범했다고 하면서 '제인웨이 하우스'가 실은 테오의 작품이었을 거라고 추측한다. 그리곤 일기장을 태워버린다.
2막에서 부모세대가 등장하면서 비오던 3일간의 비밀이 밝혀진다.
테오와 라이나는 연인사이이다. 테오는 건축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었고, 라이나는 남부 출신으로 명랑하고 감정이 풍부하지만 불안정한 정서를 보이는 여자였다. 테오는 네드와 같은 학과를 졸업하고 건축사무실을 차리는데 첫 의뢰로 네드의 부모님의 '제인웨이 하우스'를 설계하는 중이었다. 테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며 네드에게 드로잉을 보여주며 빛이 일렁이는 건물이라고 설명한다. 네드는 아름답다면서 이건 유명한 어떤 하우스의 표절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둘은 싸우고 테오는 영감을 떠올려 보겠다고 고향집으로 간다.
그리고 3일간의 비가 내리던 그 날이 시작된다. 비가 내리던 날 우연히 라이나와 네드는 만나서 비를 피하러 건축사무실에 들어온다. 라이나의 옷을 말리는 동안 라이나는 네드에게 불안하니까 아무 말이나 해보라고 한다.
네드는 '원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다.
네드는 말한다. "이루고 싶은 것과 얻을 것 사이를 잇는 건 죄책감"
라이나는 다르게 말한다. "이루고 싶은 것과 얻을 것 사이는 천재성"
말을 더듬는 네드는 자신감이 부족하고 회피하는 성격으로 보였고,
라이나는 무언가를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현실에 허무함,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 (60년대 여성들은 통장 개설도 못하는 시대 상황이었다고 함)
네드와 라이나는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서로에게 동질감을 느꼈고, 공감과 위로를 나누며 영혼에 치유를 받게 된다.
그렇게 비가 내렸고 둘은 우연히 만났고 같은 영혼을 만나 사랑하게 된다.
네드는 일기장을 꺼내 이 날을 기록한다.
"1960년 3월 4일~6일 3일간의 비"
라이나가 보여 달라고 하고, 네드는 행복할 때만 적는 기록장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둘이 침대에서 다정하게 장난치고 있을 때 테오가 문을 열고 둘을 보게 된다.
네드가 쫓아가지만 테오는 못 본 걸로 하면 없던 일이 될거라며 떠난다. 그리고 빗 속 벤치에서 우산을 씌워준 여인과 만나 핍을 낳는다.
네드는 사무실로 돌아오고 라이나는 하우스를 그리라고 한다. 테오는 괜찮아질 사람이니까 하우스를 그리라고. 내가 뮤즈가 될 거라고 말한다. 네드는 "이건 첫 실수이다."라고 하면서 '제인웨이 하우스'의 설계도를 그린다. 그리고 막이 내린다.
[의문점]
이렇게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을 보면 단순히 3일간의 로맨스 같지만, 엄청난 양의 대사를 생각하며 인물들의 행동을 살펴보면 여러가지 의문이 생긴다.
(1) '제인웨이 하우스'는 테오의 작품인가, 네드의 작품인가?
(2) 연인을 뺏긴 테오는 왜 그 이후에도 네드와 친구 사이를 유지했는가? 테오 아들인 핍이 네드 아이들인 워커, 낸과 어릴적 친구였으니까.
(3) 행복할 때 적는 기록장에 왜 네드는 테오의 죽음을 기록했는가?
(4) 라이나는 테오가 죽은 후 왜 정신이 이상해진 것인가?
와우~ 뭔가 다른 스토리가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본집을 사서 대본을 하나 하나 읽으면서 퍼즐 맞추듯 해야 이 스토리의 실상을 알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대본집은 판매하지 않았다.
그래서 2시간 반 동안 연극을 본 후 집에 오자마자 3시간 동안 공부방을 시청했다. ㅎㅎ
https://www.youtube.com/watch?v=EWyCcR_Y6gQ
[해설(?)]
우선 아버지 매트리스 아래에 있던 '공주와 완두콩' 동화는 이 작품과 비슷한 맥락을 담고 있다. 두꺼운 매트리스와 이불 밑 완두콩 한 알을 느낄 수 있는 섬세함을 가진 공주가 진짜 공주라는 이야기인데, 이런 섬세함으로 작품을 보면서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워커가 매트리스 밑에서 아버지 일기장을 찾아낸 것처럼.
(1) '제인웨이 하우스'는 네드의 작품이라고 배우들은 생각을 전했다. 네드는 눈 앞에 아름다운 건축물이 보였고 이것을 그림으로 그려내는 재능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라이나가 네드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하우스를 그리라고 한 것이다. 네드는 이건 첫 실수이다 하는데 자신감이 부족한 성격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하지만 명확하진 않은게 테드가 설명한 빛이 일렁이는 건축물이 제인웨이 하우스의 특징이고, 네드가 테오의 모든 것을 빼앗았다고 적은 글이나 이 집을 핍에게 준 것이 죄책감에서 비롯된 것 같기도 하다는 것이다.
(2) 와우, 이건 진짜 몰랐다. 네드와 테오는 사랑하는 사이였다고 배우들은 전했다. 동성간의 사랑이 익숙치 않아서 그런 생각을 미처하지 못했다. 라이나의 대사에서 테오는 말이 없고 우주의 신비를 간직한 듯한 사람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그것이 네드를 의미할 줄이야.
그럼 네드와 테오는 사랑하는 사이, 테오와 라이나는 사랑하는 사이였는데, 3일간 비가 오는 동안 네드와 라이나도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는 것인데. 인생도 사랑도 복잡한 건 인정한다.
(3) 테드를 사랑하지만 테드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게 된 것에 행복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배우들은 생각을 전했다. 그런 것 같다. 감정은 이중적이니까. 사랑하면서 고통스럽고 벗어나면 그리우면서 해방감을 느끼는 거니까. 그리고 네드는 테오를 질투했다. 테오는 잘 생겼고 인기많고 건축에 재능이 있어서 일 것이다.
(4) 라이나는 테오가 죽은 후 테오와 네드의 관계를 알게 된 것 같다고 배우들은 생각을 전했다. 이 셋의 관계는 자식에게도 물려져서 대칭적으로 나타난다. 워커는 핍을 사랑했고, 핍과 낸이 서로를 사랑했다.
[결론]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이야기를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고 섬세하게 관찰해야 진실을 볼 수 있게 만든 점이 이 연극의 특별함이었고,
실제로 인간의 감정도 사랑과 죄책감, 질투 등이 엮여서 순간순간 복잡하고 이것이 선택에 영향을 끼치고,
거기에 3일간의 비라는 우연이 인생을 뒤집어 놓는 것이 우리의 삶의 모습인데 그것을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무대 위 장치는 실제 물을 뿌려 뉴욕의 비 내리는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리고 중간중간 흘러나오는 60년대 팝느낌의 감미로운 음악도 분위기를 한껏 로맨틱하게 만든다.
참 복잡한 이야기였지만, 기억에 남는 건 3일간 비가 내리는 동안 두 남녀가 서로에게 공감하고 위로하면서 자신감을 얻고 치유되는 모습으로 육체적인 사랑을 넘어 진정한 사랑을 나눈 장면이다. 라이나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네드에게 말한다.
"너가 날 살렸어."
그리고 난 핍이랑 가장 닮은 것 같다.
"오이디푸스가 신탁을 받았으면 연상을 만나지 않아야 하잖아." 연상을 안 만나면 엄마랑 결혼할 일도 없으니까 운명을 거부하고 자신의 의지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성향이 나와 비슷했다. 감정에 휩싸여 불행하다 여기면서 시간을 흘려보내긴 아까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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