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을 볼 때 

정말로 그것을 알고자 한다면

오래동안 바라봐야 한다.

초록을 바라보면서

'숲의 봄을 보았다'고 말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자신이 보고 있는 그것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땅 위를 기어가는 검은 줄기와

꽁지깃 같은 양치식물의 잎이 되어야 하고,

그 잎들 사이의 작은 고요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시간을 충분히 갖고

그 잎들에서 흘러나오는

평화와 만날 수 있어야 한다.

 

 

[류시화, 시로 납치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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