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동 체육관은 권투를 통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열정을 일깨워가는 과정을 그린 연극이다. 지금은 권투보다 다른 격투기 스포츠가 더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만 해도 권투는 몇 없는 볼거리 중 하나이자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스포츠였다. 

이기동은 젊은 시절 '미친 탱크'라는 별명으로 세계 챔피언을 노렸지만 '펀치 드렁크'라는 후유증만 남긴 채 지금은 초라한 체육관 관장으로 추억만을 곱씹을 뿐이다. 그런 이기동 관장에게 어느 날 별 볼 일 없는 대학 시간강사인 또다른 '이기동'이 찾아온다. 어린 시절 자신에게 꿈을 줬던 선수에게 권투를 배워보고 싶다는 말과 함께. 어리숙해 보이는 몸치에 권투에 대한 상식만 박식한 이기동의 등장과 함께 권태롭던 체육관의 일상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한국 최초의 프라모델 가게 주인 강씨, 사랑스러운 수다쟁이 정애숙, 체육관의 얼음 주먹인 보험사 직원 서봉수, 자신을 무시하고 괴롭히는 친구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체육관을 찾은 고등학생 탁지민, 관장 이기동의 딸이자 아버지의 꿈을 이어가고 싶은 프로 복싱 선수 연희. 이들에게 권투는 힘들고 지친 삶을 헤쳐 나가는 돌파구이다. 그러던 어느 날 절대 선수를 키우지 않겠다는 관장 이기동 몰래 체육관 단원들은 아마추어 권투대회를 나가기로 결정하게 된다. 설상가상 연희는 아버지 이기동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권투 시합을 준비한다. 체육관에 모인 이들은 각자의 콤플렉스를 극복하게 되고 체육관 한쪽에 걸려 있던 멈춰버린 시계처럼 과거에 얽매이던 이기동 관장도 결국 아들에 대한 죄책감을 힘겹게 이겨낸다.

 

대회 준비를 하면서 줄넘기를 하고 샌드백을 두드리는 체육관 사람들의 열정가득한 얼굴과 진한 땀냄새가 너무나도 멋지게 다가왔다. 꿈을 가지고 일에 매진하는 사람의 모습이 이토록 멋있구나를 마음 깊이 느끼도록 해준 연극이었다. 

[그냥 옛날부터 꼭 한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거든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산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입니다.

아직 마지막 라운드의 공은 울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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