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명작 발견!! 너무나도 고급지게 웃긴 블랙 코메디.
미국의 극작가이자 TV드라마 작가인 지나 지온프리도의 신작이다.
연극 <그녀를 용서할 수 있을까>는 돌아가신 엄마에게서 벗어나지 못한 채 무기력한 매일을 살아가는 그레이엄, 갖고 있던 빚을 청산하고 중산층으로의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타냐, 좋은 대학을 나왔지만 돈을 받고 남자들과 데이트하는 미란다, 이성에 충실한 현실주의자이자 부유한 자본을 가진 의사 데이빗, 할로윈 밤 사건의 시작이자 끝인 샤티쉬. 각기 다른 개성의 네 인물들 간의 대화를 재치 있고 날카로운 대사들로 풀어낸 블랙코메디이다.
이 작품의 네 사람은 MBTI가 모든 다른 것 같았다.
그레이엄과 타냐가 커플이고, 미란다와 데이빗이 커플인데
데이빗과 타냐는 T이고 미란다와 그레이엄은 F인 것 같았다.
이성적인 T와 감정의 공감에 호소하는 F의 갈등이 웃픈 상황을 만들어 낸다.
작품 전체를 꿰뚫는 주제는 '무관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극의 마지막 대사이다. 그레이엄 엄마의 습작 중 한 소절.
[그녀는 전쟁을 치러야했다. 그래서 그녀는 우유가 굳고 시큼해지는 것처럼
서서히 변해갔다. 그것은 그녀의 사랑스런 아들에게 긴 그늘을 지게 했다.
그렇다. 여전히 처음에는 사랑이었다.]
이건 미란다의 대사.
[그러니까 내 말은 무관심이 훨씬 나쁘다는 거에요.]
그레이엄의 돌아가신 엄마는 남편과 이혼하고 소설 집필에 매달리면서 어린 그레이엄을 방치한다.
미란다는 자유로운 성격의 소유자로 명문사립대학 학자금 대출로 빚을 짊어지게 되었고 어릴적 이혼한 엄마로부터 독립한다.
타냐는 자기계발서를 읽고 실천하는 현실적인 인물로 그레이엄이 무기력한 삶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준다.
데이빗은 오로지 자신의 생각에 빠져 성공을 위해 질주하는 구두쇠이다.
데이빗은 진짜 다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던 간에 자신의 이야기로 전환하는데 이게 너무 웃긴다.
그레이엄이 엄마의 무관심을 확인하고 실의에 빠진 장면에서
데이빗은 이것을 빌미삼아 한쪽 구석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떠들어댄다.
미란다는 부모에게 버림받은 같은 처지의 그레이엄을 위로한다며 둘이 춤을 춘다.
이 장면이 극에서 가장 우스움의 절정이다.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데이빗, 부모의 무관심에 상처받아 우울함을 춤으로 승화시키는 미란다와 그레이엄.
사람들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니. ㅋㅋㅋ
작가가 글을 참 잘 쓰고, 무척 고급스로운 블랙코메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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