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바좁스키는 어린 시절부터 익숙했던 바다를 평생의 주제로 삼는다. 

그는 바다를 배경으로 자연에 대한 경외감, 인간의 의지, 모험과 이국적인 모습 등을 품은 신비롭고 강렬한 그림을 그리며 러시아 낭만주의 예술의 핵심적인 화가가 된다. 

 

아홉 번째 파도

과학이 발전하기 전, 옛 선원들은 자신들의 감각을 통해 폭풍우가 밀려들 때의 불규칙한 파도를 몇 단계로 구분했다. 

작품의 제목인 <아홉 번째 파도>는 그중 가장 크고 강력한 파도를 말한다. 

아홉 번째 파도가 모든 것을 쓸어가 버린 지난 밤, 함께했던 동료와 배를 잃고 간신히 버틴 그들 앞에 새벽녘의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위협적인 파도는 멈출 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은 나약하기만 한 존재가 아니다. 살아남은 이중 한 명이 붉은 천을 하늘 높이 들어 어딘가를 향해 흔들고 있다. 그의 필사적인 노력이 비록 부질없다 해도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한다면 분명 바다를 가르며 비추는 한 줄기 빛처럼 희망은 존재할지 모른다.

바다보다 하늘을 더욱 넓게, 차가운 바다의 색보다 뜨겁게 타오르는 붉은 하늘색을 강조해 그린 화가는 대자연 앞에 초라하지만 투쟁을 멈추지 않는 우리에게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출처 : 위로의 미술관 (진병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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