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리트, <빛의 지배>, 1952년

무심코 보면 영락없는 밤풍경이다. 깊은 밤인 듯 집과 주변의 나무는 세부 형체를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온통 시커멓다. 집 앞 가로등이나 2층방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이 환하고, 물에 비친 모습도 선명할 정도로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상태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하늘은 화창한 한낮 풍경이다. 푸른 하늘에 솜사탕을 여기저기 던져놓은 듯 흰 구름이 넘실댄다. 집 앞의 울창한 나무도 하늘에 겹친 부분은 가지와 이파리 사이로 밝은 하늘이 드문드문 보인다. 

화가가 이 그림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낮과 밤의 모순을 연출한 것이다. 우리의 시각은 그림을 통해 배반당했지만, 사실은 그 배반을 통해 진실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다. 

인간에게 가장 예민한 문제이고, 도무지 섞여서는 안 될 적대적 대조로 느껴지는 삶과 죽음도 사실은 모순 속에 있다. 엄밀하게 말해서, 우리는 살면서 동시에 죽는다. 하루하루 산다는 것은 하루하루 죽어가는 것과 같은 의미다. 

인간의 감정도 모순 관계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누구나 일생 동안 되풀이하여 겪는 사랑과 미움이라는 감정을 보자. 통념적으로 사랑은 미움과 반대편을 향한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가슴 벅찬 사랑의 순간은 세상의 모든 것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설렘과 환희로 가득하다. 하지만 질투라도 생기면 세상에 그보다 더한 고통이 없다. 

사랑에 빠져본 사람이라면 경험적으로 안다. 질투, 섭섭함을 비롯하여 미움과 연관된 감정이 사랑과 뒤죽박죽 얼버무려져 진행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출처 : 생각의 미술관 (박홍순) - 모순을 생각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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