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라스트 리턴’은 아일랜드 극작가 소냐 켈리의 작품으로 2022년 스코츠맨 프린지 어워드를 받았다. 
천둥이 치고 폭우가 쏟아지는 날 밤, 세간에 화제가 된 연극 '힌덴부르크로 돌아가다'의 마지막 공연을 앞둔 극장. 공연이 일찌감치 매진돼 버린 탓에 티켓을 못 구한 이들이 혹시라도 예매 취소 티켓이 생기면 바로 손에 넣으려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린다.
극은 예매 취소 티켓이 나오길 기다리는 사람들의 대화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들의 '티키타카'는 가볍고 재치가 넘쳐 시종 웃음을 자아낸다. 불친절한 데다 자기 업무가 아닌 일은 절대 안 하려고 하는 매표소 직원이 가끔 대화에 엮이면서 웃음을 더한다.
이들은 각자 '힌덴부르크로 돌아가다'를 꼭 봐야 하는 사정을 설파하는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늘어놓지만 (ㅋㅋ)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비합리적인 말이라도 떳떳이 주장하는 현대인들(정치인들 같이)도 다를 바가 없다 싶었다. 극장에 도착한 인물들은 먼저 와서 줄을 선 순서대로 취소 표를 구매한다는 규칙에 합의하지만 공연이 임박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사람들은 본색을 드러낸다. 줄을 서서 얻을 수 있는 공정과 상식은 줄 밖의 욕구를 통해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특히 난투극 후반에 소말리아에서 온 난민이라는 히잡을 쓴 여성이 입을 여는 순간 현대사회의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가려진 폭력적인 야만성이 여과없이 드러난다. 아래는 이 여성의 대사.
[내 양을 되찾기 위해 온거죠. 줄을 지켜서는 얻을 수 없어. 밀치고 발로 차고 속이고 훔치고]
 
이들이 기다리고 있던 연극은 가상의 연극인 오펜하이머의 ‘힌덴부르크로 돌아가다’이다. 공연의 제목은 이 모든 난장판의 비극성에도 불구하고 희망적인 역설적 결말을 예고한다. 오펜하이머는 제2차 세계대전 중 핵폭탄을 개발한 물리학자를, 힌덴부르크는 히틀러의 나치가 집권하기 전 독일(바이마르 공화국)의 지도자였던 힌덴부르크 대통령을 의미한다. ‘힌덴부르크로 돌아가다’는 인류가 세계대전이나 인종 청소 같은 퇴보 없이 문명을 끝없이 발전시킬 거라 낙관했던 시절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을 의미하는 듯 하다.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배경으로 보이는 피가 난무하는 끔찍한 풍경이 그 아이러니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경종을 울린다.
 
[ 환희의 송가 - 베토벤
 
오, 벗들이여! 이 선율이 아니오!
좀더 기쁨에 찬 노래를 부르지 않겠는가!

환희여, 아름다운 신의 광채여, 낙원의 딸들이여
우리 모두 정열에 취해 빛이 가득한 성소로 들어가자!

가혹한 현실이 갈라놓았던 자들을 신비로운 그대의 힘으로 다시 결합시키는도다.
그리고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되노라. 그대의 부드러운 날개가 머무르는 곳에

위대한 하늘의 선물을 받은 자여,진실된 우정을 얻은 자여
여인의 따뜻한 사랑을 얻은 자여, 다 함께 모여 환희의 노래를 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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