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밤열차라도 타고.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수 년 간 떠돌던 바람,
여지껏 내 삶을 흔들던 바람보다도 더 빨리.
어둠보다도 더 은밀하고 자연스럽게.
가자, 밤열차라도 타고.
차창가에 어리는 외로움이나 쓸쓸함,
다 스치고 난 후에야
그것들도 내 삶의 한 부분이었구나,
솔직히 인정하며.
가자, 밤열차라도 타고.
올 때가 지났는데도 오지 않으면
내가 먼저 찾아 나서자.
더 이상 기다리고만 있지 말고
두 팔 걷어부치고 대문을 나서자.
막차가 떠났으면 걸어서라도 가자.
늘 내 가슴 속 깊은 곳
연분홍 불빛으로 피어나는 그대에게.
가서, 기다림은 이제 더 이상
내 사랑의 방법이 아님을 자신 있게 말하자.
내 방황의 끝, 그대에게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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