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캄캄한 꽃눈은
자신이 꽃인지도 몰랐다.
꽃눈을 뜨는 순간
꽃은 마침내 자기를 마주 보았다.
언제나 시작은 안에서 바깥으로
치열하게 밀어 나오는 것이었지만
언제나 시작은 어둠에서 빛으로
온몸으로 불살라 오는 것이었지만
꽃은 피고 꽃은 지고
빛나는 영광의 날은 가고
절정의 순간이 쇠락의 길이니
꽃은 새봄의 꽃눈으로,
한번 죽어 다시 피어날 자리로
고요히 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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