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꽃 핀 유월의 하늘은

사뭇 곱기만 한데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고 안으로 안으로만 들다

 

이 인파 속에서 고독이

곧 얼음모양 꼿꼿이 얼어들어옴은

어쩐 까닭이뇨

 

보리밭엔 양귀비꽃이 으스러지게 고운데

이른 아침부터 밤이 이슥토록

이야기해 볼 사람은 없어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어가지고 안으로만 들다

 

장미가 말을 배우지 않은 이유를

알겠다

사슴이 말을 하지 않는 연유도

알아듣겠다

 

아카시아꽃 핀 유월의 언덕은

곱기만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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