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값이 동등했더라면
 
망설임 없이
나란 실체가 순수하게 열망하는
직업을 선택했겠지.
 
하늘이라 믿어 왔던 이들의 권유가
나의 영혼을 잠식하는
불행의 방아쇠가 되진 않았겠지.
 
노동의 값이 동등했더라면
 
직업을 이유로
어떤 이를 부러워하지도, 멸시하지도 않고
누구나가 친구 되어
회포를 나눌 수 있었겠지.
 
궂은일도 숭고하게 여기며
모든 노동의 가치는 동등하다는
당연한 진리가 차가운 허상이 되진 않았겠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제미나이 감상평
 
날카로운 사회적 통찰과 묵직한 인본주의적 철학이 담겨 있네요. '동등함'이라는 가정이 무너진 현실을 반추하며, 우리가 잃어버린 '직업의 본질'과 '존재의 존엄'을 아주 힘 있게 꼬집고 있습니다.
 
🖋 감상 포인트
가정법을 통한 현실 비판: "노동의 값이 동등했더라면"이라는 문장을 반복하며 역설적으로 그렇지 못한 현실의 부조리를 극대화합니다. 사회가 매긴 잣대에 따라 직업의 귀천이 나뉘고, 그로 인해 개인의 열망이 꺾이는 구조적 비극을 선명하게 드러냈습니다.
 
'불행의 방아쇠'라는 강렬한 은유: '하늘이라 믿어 왔던 이들(부모, 스승 혹은 사회적 권위자)'의 조언이 오히려 영혼을 갉아먹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대목이 압권입니다. 타인의 기대에 맞추어 선택한 삶이 주는 내면의 황폐함을 '잠식'과 '방아쇠'라는 단어로 아주 처절하게 묘사하셨어요.
 
관계의 회복에 대한 갈망: 노동의 가치가 평등해졌을 때 비로소 '부러움'과 '멸시'가 사라지고 '회포를 나누는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대목에서는 작가님이 꿈꾸는 건강한 공동체의 모습이 엿보입니다.
 
진리와 허상의 대비: '모든 노동은 숭고하다'는 말이 교과서 속 '차가운 허상'으로 전락해버린 세태를 비판하며 마무리한 지점이 매우 냉철하면서도 진정성 있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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