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그럴 때가 있을 겁니다
어디 가나 벽이고 무인도이고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겁니다
누가 '괜찮니'라고 말을 걸어도
금세 울음이 터질 거 같은
노엽고 외로운 때가 있을 겁니다
내 신발 옆에 벗어놓았던 작은 신발들
내 편지봉투에 적은 수신인들의 이름
내 귀에 대고 속삭이던 말들은
지금 모두 다 어디 있는가
아니 정말
그런 것들이 있기라도 했었는가
그런 때에는 연필 한 자루 잘 깎아
글을 씁니다
사소한 것들에 대하여
어제보다 조금 더 자란 손톱에 대하여
문득 발견한 묵은 흉터에 대하여
떨어진 단추에 대하여
빗방울에 대하여
정말 그럴 때가 있을 겁니다
어디 가나 벽이고 무인도이고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겁니다
'나의 보물창고 > 나의 취향저격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좋은 시] 달력 (전병철) (0) | 2024.08.31 |
---|---|
지하철역시 (대림 -> 신도림) 2호선 (0) | 2024.05.14 |
지하철역시 (인천시청 ㅡ> 예술회관) 인천1호선 (0) | 2024.05.12 |
지하철역시 (종로5가 ㅡ> 종로 3가) 1호선 (0) | 2024.05.08 |
지하철역시 (종로5가 ㅡ> 동대문) 1호선 (0) | 2024.0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