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의 문장 (정태종)

바람에 얽맴 없이 초연히 흔들리다
꺾일 듯 쓰러질 듯 일어설 듯 눕더니
슬며시 바람을 안고 꼿꼿이 일어선다

바람을 품은 백필 눈부신 초가리
가는 필관 꼿꼿하게 때때로 비스듬히
허공에 휘갈긴 문장 가을은 표음문자

초서로 뒤엉켜도 해서로 풀어내고
일시에 밀려나도 다 같이 일어서니
휘리릭 써 내려가는 올가을 첫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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