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리트 <헤라클레이토스의 다리> 1935년

산자락 밑으로 폭이 넓은 강이 도도하게 흐른다. 물안개가 끼어있는 듯 먼 경치에 약간 뿌연 기운이 감돈다.

문제는 강을 가로지르는 흉물처럼 생긴 다리다. 중간에 절단면이 선명한 끊어진 다리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강물에는 이어진 다리가 보인다. 

화가가 의도적으로 물에 비친 다리를 이어놓았을 텐데 이유가 뭘까?

 

그림의 제목을 힌트로 삼아 보자. 그냥 다리가 아니라 '헤라클레이토스'의 다리다. 

화가는 그가 강물을 이용해 한 말을 패러디한 모양이다. 

[어느 누구도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

엄밀하게 따져보면 우리는 단 한 순간도 같은 강물을 느낄 수 없다. 발을 담그는 순간 피부를 스쳤던 물은 이미 흘러내려갔기 때문이다. 같은 물이라는 생각은 착각에 불과하다. 

화가가 이 그림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사실과 반영된 의식이 동일하지 않을 수 있다는 메시지다. 

물에 의해 흐릿한, 게다가 물결치는 모양 때문에 선명하지 않은 다리 그림자로 묘사한 것도 사실과 의식의 차이를 보여주는 장치가 아닐까 싶다. 게다가 끊어진 다리와 이어진 다리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변형 정도가 아니라 왜곡까지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니 말이다. 

마그리트는 우리가 정확하다고 자신해 왔던 의식의 권능에 어깃장을 놓는다. 정말 그러한 지 살펴보는 일이 이 그림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이 된다. 

 

출처 : 생각의 미술관 (박홍순) - 변화를 생각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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