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들 사이를 거닐면서
하나씩 묘비명을 읽어 본다.
한두 구절이지만
주의깊게 읽으면 많은 얘기가 숨어 있다.
그들이 염려한 것이나
투쟁한 것이나 성취한 모든 것들이
결국에는 태어난 날과 죽은 날짜로 줄어들었다.
살아 있을 적에는
지위와 재물이 그들을 갈라 놓았어도
죽고 나니
이곳에 나란히 누워 있다.
죽은 자들이 나의 참된 스승이다.
그들은 영원히 침묵으로 나를 가르친다.
죽음을 통해 더욱 생생해진 그들의 존재가
내 마음을 씻어 준다.
홀연히 나는
내 목숨이 어느 순간에 끝날 것을 본다.
내가 죽음과 그렇게 가까운 것을 보는 순간
즉시로 나는 내 생 안에서 자유로워진다.
남하고 다투거나 그들을 비평할 필요가 무엇인가.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류시화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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