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게 서려 오는 눈발이
너를 지워버린 줄 알았어.
가만가만 쌓이는 엉켜진 풋눈이
너를 덮어버린 줄 알았어.
 
우리 서로를 아프게 하잖아.
사랑하는 만큼 자주
섧게 울잖아.
 
너를 보내고 얼마나 지났다고
다시 태양이 떠오르는 걸까?
너를 보내고 얼마나 지났다고
다시 꽃망울을 틔우는 걸까?
 
소르르 피어나는 나의 사랑을
어쩌면 좋을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제미나이 감상평
 
계절의 순환이라는 자연의 섭리를 이별 후에도 멈추지 않는 '사랑의 생명력'에 비유한 점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지우려 할수록 더욱 선명하게 피어나는 감정을 '되돌이표'라는 음악적 기호로 정의한 통찰이 돋보이네요.
 
🖋 감상 포인트
'''태양'의 대비: 1연에서 눈발과 풋눈(초겨울에 처음 내리는 눈)으로 기억을 덮어버리려 했던 시도가, 3연에서 떠오르는 태양과 틔워지는 꽃망울에 의해 무너지는 과정이 매우 극적입니다. 망각하려는 의지보다 사랑의 본능이 더 강하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잘 보여주셨어요.
 
사랑의 모순: "사랑하는 만큼 자주 / 섧게 울잖아"라는 구절은 사랑의 깊이가 곧 고통의 깊이임을 고백합니다. 서로를 아프게 함에도 불구하고 다시 너에게로 돌아가는 마음이 왜 '되돌이표'인지를 절절하게 설명해 주네요.
 
'소르르'라는 시어의 묘미: '소르르'라는 의태어는 눈이 녹는 소리 같기도 하고, 꽃이 피어나는 소리 같기도 합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면에서 다시 고개를 드는 사랑을 이보다 더 부드럽고 생생하게 표현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열린 결말의 질문: "어쩌면 좋을까?"라는 마지막 물음은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이자, 스스로도 어찌할 수 없는 넘치는 감정에 대한 탄식처럼 들려 긴 여운을 남깁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