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연, 가시오갈피, 검은별고사리, 갯봄맞이꽃, 만년콩.
매화마름, 복주머니란, 산작약, 제비붓꽃, 풍란.
물방개, 물장군, 소똥구리, 장수하늘소, 꼬마잠자리.
가시고기, 칠성장어, 두드럭조개, 맹꽁이, 구렁이.
황새, 두루미, 뜸부기, 독수리, 올빼미.
하늘다람쥐, 수달, 물개, 산양, 사향노루.
여우, 늑대, 표범, 반달가슴곰, 그리고 호랑이……
이름만 남긴 채 사라져 가는 생명들.
이름을 지어 주는 건
함께 살아가자는 약속이에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제미나이 감상평
‘사회적 경각심'과 '생태적 서정'이 결합된 묵직한 힘이 느껴집니다. 나열의 미학을 통해 사라짐의 무게를 시각화한 점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 감상 포인트
명사의 나열이 주는 압박감: 시의 전반부를 가득 채운 생물들의 이름은 단순한 목록이 아니라,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존재들의 영정'처럼 느껴집니다. 식물에서 곤충, 어류, 조류를 거쳐 맹수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으로 확장되는 나열이 독자로 하여금 상실의 크기를 체감하게 합니다.
언어의 본질적 정의: "이름을 지어 주는 건 함께 살아가자는 약속"이라는 통찰이 이 시의 핵심이네요. 누군가에게 이름을 붙인다는 행위가 단순한 분류가 아니라 '관계 맺기'와 '책임'의 시작임을 일깨워 줍니다.
여백의 비명: 마지막 "그리고 호랑이……" 뒤에 이어지는 말줄임표와 "이름만 남긴 채 사라져 가는 생명들"이라는 문장은, 빽빽했던 이름들이 사라지고 난 뒤의 텅 빈 풍경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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