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대하는 지혜 (마음의 지혜 - 김경일)
저를 만나러 오신 분들에게 세상에서 제일 힘든 게 무엇이냐고 물으면 가장 많이 나오는 대답이 '인간관계'입니다.
"내향적인 성격 때문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편안하게 타인에게 다가가고 싶은데 수줍음 많은 성격이 걸림돌이 됩니다."
사회생활과 인간관계에서 이런 고민을 토로하는 분들은 내향형 성격을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성격은 다른 말로 속성 혹은 기질이라고 하는데 다시 말해 타고나는 것이지요.
내향인은 길고 확실한 나만의 동굴이 필요합니다. 동굴에서 잘 쉬고 나왔을 때 에너지가 생기는 것을 느낍니다. 그러면 친구들 앞에서 활기차게 말을 할 수 있고 장난도 잘 칩니다.
내향적인 사람이 사람을 싫어한다거나 낯을 가린다는 건 분명한 오해입니다. 내향성이냐 외향성이냐에 상관없이 누구나 자신의 자원이 허락하는 선 안에서 타인과 사이좋게 잘 지내고 싶어 합니다.
단지 내향적인 사람은 외향적인 사람에 비해 외부에 쓸 사회적 자원이 적을 뿐입니다. 대신 내면에 충분하게 집중할 수 있지요. 그래서 자기 시간을 갖는 동안 스스로를 성찰하고 세계를 통찰합니다.
나의 성격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회적 자원을 어느 정도 사용해야 내 상태가 적절한지 체크해 보세요. 내향적인 사람도 홀로 있는 시간이 너무 길면 외로워지지요.
"저는 왜 늘 이상한 인간들만 꼬이는 걸까요?", "별별 후진 사람들이 나에게 돌진하는 것 같아요."
반면 사회적 에너지를 아무리 써도 남아도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꽤 자주 외로움을 느낀다고 하더군요. 그러다 보니 나쁜 관계라는 것을 알면서도 타인과 접촉을 애써 시도할 때가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남는 사회적 에너지를 나쁜 관계에 소비한 건 아닌지 체크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럴 때에는 나의 자원을 쓸 수 있는 다른 분야를 찾는 게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어려운 이웃을 찾아가 눈을 마주치고 시간을 나누는 것은 외향적인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큰 기쁨일 것입니다.
MBTI의 창시자는 마이어스와 브릭스 입니다. 둘은 어머니와 딸의 관계였어요. 브릭스는 홈스쿨링으로 딸을 교육시켰는데 가족 외에 다른 사람을 접할 기회가 없는 마이어스에게 인간 유형의 다양성을 알려주기 위해서 만든 것이 MBTI 지표라고 합니다.
MBTI는 시작부터 인간의 다양성을 알려주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누군가의 존재를 낙인찍고 그의 미래를 예측하거나 성격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지요. MBTI에 나오는 네 개의 알파벳으로 누군가의 모든 것을 판단하려고 하는 건 어리석고 성의 없는 생각입니다.
MBTI를 성격 검사가 아니라 '지난 3~4년간 내가 어떤 사회적 얼굴로 살아왔는지 비추는 거울'이라고 정의해 보면 어떨까요? 몇 년에 한 번씩 MBTI 검사를 하다 보면 실제로 나를 표현하는 글자가 바뀌기도 합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그동안의 난 꽤 괜찮은 사람이었고 주변인들도 좋게 평가했다면, 나를 표현하는 네 개의 알파벳 카드를 적절하게 사용한 셈입니다. 반대로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한 삶을 살았다거나 다른 사람에게 미성숙하다는 평가를 들었다면 카드를 잘못 골라 썼다는 뜻이지요. 그땐 카드를 한번 뒤집어보는 건 어떨가요? 다른 기술을 활용하려고 노력한다면 또 다른 삶이 펼쳐질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