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보물창고/나의 취향저격 시

[좋은 시] 방문 (H. M. 엔첸스베르거 시인)

양윤영 2022. 3. 17. 07:14

종이에서 고개를 들었을 때

방에 천사가 서 있었다.

낮은 계급으로 보이는

약간은 흔한 천사.

 

넌 상상도 할 수 없어, 그 천사가 말했다.

네가 얼마나 평범한 존재인지.

네가 무엇을 하든 하지 않든

파랑색이 가진 만 오천 가지 색조 중

단 하나만큼도

세상에 차이를 가져다줄 수 없어.

거대한 마젤란 성운의 돌은 말할 것도 없고

가장 흔한 질경이 풀조차

눈에 띄지 않지만 흔적을 남기지.

 

나는 그의 빛나는 눈을 보고 그가 논쟁을,

긴 싸움을 하고 싶어 한다는 걸

알아차렸다.

 

나는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침묵 속에 기다렸다.

그가 사라질 때까지. 

 

 

[류시화, 시로 납치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