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를 묻으며
장례를 치뤘다. 코로나19로 장례식장은 한산했다. 처음으로 입관을 보았다. 할머니 시체는 삼베에 쌓여있었고 마치 나무도막 같았다. 할머니의 얼굴은 자연스럽게 화장이 되어있어서 생전의 모습 같았다. 마지막으로 뵙는 할머니 모습이라 생각하니 조금은 울컥했다. 할머니께서 손수 준비하셨다는 옥빛 수의를 입고 나무관에 들어가셨다.
다음날은 발인을 하였다. 나무관을 무덤속 석관에 넣고 흙을 뿌린 후 땅 밟기를 하였다. 노래를 부르며 둥글게 돌며 땅을 밟는데 동생은 참 재밌다는 표정으로 힘차게 흙을 밟으며 돌았다. 죽음은 축하할 일이라며.
그렇다. 작년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찾아뵈었던 할머니도 빨리 하늘로 가고 싶어하셨다. 할머니는 96세까지 치매를 앓다 몇 주간 식사를 거부하시고 링겔을 맞다 숨을 거두셨다.
산소는 참 양지바르고 탁 트인 곳이었다. 12월인데도 햇빛이 따사로와 온기가 느껴졌다. 공기도 맑고 경치도 좋아 나도 죽으면 이런 곳에 묻히고 싶었다. 옆에 납골묘가 있었는데 평수도 작고 나중에 알아보니 가격도 250만원으로 좋아서 난 납골묘에 묻혀야겠다 생각했다. 엄마 아빠도 납골묘에 묻히고 싶어하셨다. 나친김에 공원 관리사무소에서 팜플렛을 받아왔다.
죽음은 가까이 있는데 무엇을 하며 살 것인지 다시 생각해본다. 오랜만에 만난 사촌오빠에게 나의 시집을 드렸더니 책이 많이 팔렸냐고 물으셨고 그렇지 않다자 왜 책을 내냐시며 자기만족? 이라 물으셨다. 글쎄...
왜 논문을 쓰고 있을까? 왜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왜 책을 내고 있을까? 1집 시집 마지막 시에 종을 울려라라고 썼는데 난 울리고 있을까?